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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U Mar 01. 2024

친구 한 명으로 가득 찬 생일파티

세상에 정답은 없다. 내가 가는 길이 정답이다.

   빛나는 보석이 내 품에 찾아온 지 만 9년, 개학을 앞둔 오복이의 생일파티가 있었다. 매번 방학기간으로 친구들의 불참연락이 있었지만 고맙게도 다섯 명 정도는 꾸준히 참석해 자리를 빛내줬다. 2학년 끄트머리, 친구들에게도 변화가 많았다. 학군이 좋은 곳으로 전학을 가는 친구들, 1년간 미국에 간 친구들, 겨울 방학 맞이 어학캠프에 참여한 친구들 그리고 개학 전 가족여행을 가는 친구들까지. 열 명의 찐친들은 그렇게 뿔뿔이 흩어졌고, 오복이의 생일 초대 영상에 바로 불참 전화와 메시지를 보내왔다.

"엄마, 이러다 아무도 안 오면 가족여행 가요."

아이가 상처받을까 걱정하는 엄마와 달리 아무렇지 않음을 보니 남자아이는 다른 것인가 생각해 본다.

"만약에 한 명오면 집에서 놀다가 키즈카페 가요."

그는 다 계획이 있었다.

파티룸이나 키즈카페를 대여했던 지난 생일과 달리 이번에는 집에서 해보고 싶다는 아이였다. - 나PD가 된 듯 재미있는 게임을 구상하기도 했다. - 아이의 말에 집중 못하는 엄마는 지금까지의 잔치에 지쳤는지 혹은 나이가 들어 귀찮음이 큰 건지 생일 전날까지 아무 준비 없이 오로지 몇 명이 오는지가 궁금했다.

"도대체 몇 명온대?"

"몰라 나도. 그냥 조용히 있자."

"아니, 온다 안 온다 확답을 안 해주나? 친구들하고 안 친한가?"

확실한 거 좋아하는 최애씨는 아들이 걱정됐는지 별의별 생각을 해가며 답답해했다.

"애들도 갑자기 사정이 생길 수 있지. 오빠, 방에 들어가 있어."



11시 정각, 기다리던 친구 중 한 명이 왔다.

"오늘 너만 올 것 같아." 씨익 웃으며 말하는 오복이다.

그런 오복이를 보고 친구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말한다.

"엄마, 오복이 불쌍해. 나만 오나 봐."

그 말에 한순간에 아이는 불쌍한 애가 될 것 같았다.

"아니야, 우리 오빠는 매일 행복해. 그리고 나랑 엄마 아빠도 파티에 왔잖아."

생일자는 그저 신이 나 있지만 주위 사람이 조심하고 있었다.

주방에 다시 모인 최애씨와 나는 또다시 속닥거린다.

"30분만 더 기다려보고, 먹고 게임하다 나가자."



   생일상은 조촐했다. 떡을 맞추고 이것저것 온갖 데코를 준비하던 화려했던 상도 늙은 것인지 필요한 것만 있었다. 그나마 매년 등장하는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파티를 뽐내주고 있었다. 오복이는 상 위의 음식들에게 관심의 터치조차 하지 않고 누룽지를 찾았고, 그냥 먹으라는 아빠의 따뜻한 말도 들었다.

각자의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그중 오팔이는 락커가 되어 가장 큰 목소리로 오빠를 축하해 줬다. 친구는 그녀의 목청에 한참에 적응시간이 필요했다. - 살며시 눈을 감고 손을 모아 기도하는 오복이를 보니, 기특한데 속상했다. 미안함과 아이의 지나간 말들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이번 생일에는 피냐타를 하려고 했는데, 내일까지 배송은 오겠죠? 내년 생일에는 미리 말할게요."

11살은 절대 잊지 말고 방학 전에 생일파티를 하자는 다짐과 함께, 당장은 필요 없는 부지런함을 떨어, 내년을 위한 피냐타를 미리 담아둔다.



신나게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보니, 종일 앉아있을 것 같았다. 서둘러 아이들을 데리고 약을 삼킨 채 키즈카페에 들어간다. 동생 하고만 왔던 곳에 친구와 함께하니 세상 행복한 오복이의 표정이 동동 뛰어다닌다.

"엄마, 정말 좋아요. 내 말대로 됐어요."

친구는 동생 오팔이랑 재미있었는지 본인 집에 오팔이도 초대한다.

"오팔아, 너 우리 집 갈래? 엄마한테 오복이 오팔이 둘 다 데려가도 되냐고 물어볼게."

겨우 말려 둘을 떠나보내고, 드디어 부모는 마음속 평화를 맞이한다. 아이를 위해 사서 걱정했는지 속이 좋았고, 그렇게 일을 몸살로 앓아누웠다. - 오복이는 그날 파자마 파티로 외박을 하며, 생일파티를 마무리한다. -


그 뒤로 우리는 매일을 다시 태어난 듯 스페셜하게 보냈고, 세 번의 촛불을 더 불었고, 그 케이크 조각 대부분은 오팔이 뱃속으로 초대받는다.

진짜 생일 당일의 케이크 불을 끄고, 화장실에 가는 오복이를 향해 최애씨가 뒤통수로 말한다.

"오복아, 우리 아들, 10살 축하해.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진심이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에 왜일까, 눈물이 나온다.

"오빠, 눈 마주 보고, 안아주며 다시 말해줘."

서서 번쩍 안아주며 감정을 나누는 부자를 보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듯했다.






   그런 날이 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엄마, 양육자가 필요한 것이 아닌, 내가 올바른 혹은 나은 인간으로 살기 위해 아이가 필요했음을 느끼는 그런 날이 있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과 생각 주머니는 훨씬 커져있음을 느끼는 또 다른 그런 날들이 생겨난다.





Photo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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