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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U Mar 21. 2024

나는 사랑투성이에요

   눈앞이 무겁게 뱅글뱅글 돌았다. 내딛는 발걸음의 방향은 나의 의지를 무시한 채 앞이 아닌 좌측에서 또 좌측으로 걸었고, 결국 주저앉았다. 아이들은 몸 개그하는 엄마에 웃다가 눈물을 흘렸다. 짧은 시간이었고, 하루를 건강히 보냈다. 다음날 같은 일이 일어났고, 병원에 가야 해 어지러움을 버티며 겨우 샤워를 했다. - 꼭 해야 했다. 그대로 나가면 안 될 꼴이었다. - 구토를 하면서도, '엄마'가 아닌 회사 간 '오빠'를 불러가며 정신을 붙들어 매는, 혼잣말을 대단히 잘하는 내가 웃겼다. 또, 엄마를 찾지 않아 엄마가 서운해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도 했다. - 집 앞으로 택시를 불러 5분 거리의 미리 검색해 둔 이비인후과에 찾아간다. 

  이석증이다. 보호자의 손에 의지한 채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니 같은 증상인 듯했다. 

왜일까. 병원에 도착하니 어지러움이 사라졌다. 다시 한번 내 몸을 느껴봤지만 온데간데없다. 분명 아팠는데, 이러다 꾀병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다, 별생각을 다한다. 물안경 같이 생긴 물건을 쓰고 여러 자세를 취하기도, 고개를 흔들기도 해가며 눈동자의 움직임을 촬영한다. 


@Unsplash
어지럼증 원인
70-80% 이상의 원인은 귀에 있는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과 전정신경의 이상이나 염증에 있다.
1.  말초성 어지럼증 - 귀이상
2.  중추성 어지럼증 - 신경계 이상
3.  내과적 어지럼증 - 혈압/빈혈
4.  심인성 어지럼증 - 스트레스/우울증

어지럼증 증상들
빙글빙글 도는 느낌, 핑 도는 느낌, 체한 것처럼 식은땀이 나고 속이 울렁거림 등 다양하게 표현된다.

'아프지 말아야 오래 본다'는 최애씨는 엄마 건들지 말라는 카톡메시지를 오복이에게 남긴다. 그리고 전문가는 믿지 않는 그는 건강검진을 예약한다. 

저녁 약속을 마치고 나름 일찍 최애씨를 안고 너무 무서웠다며 종일 참았던 눈물터졌고, 자고 있던 오팔이는 아기 울음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엄마처럼 단숨에 몸을 일으켜 엄마 등을 토닥인다. 

- 엄마와의 점심 약속, 엄마는 미국 사는 둘째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고, 앞에서 차마 아팠다는 말을 못 하다 결국 '엄마, 아팠어.' 하며 눈물을 보였다. 신혼 때, 발이 아파 근처 정형외과에 방문했는데, 의사는 초음파를 한참 살피더니, 오른쪽 발목까지 붕대를 친친 감았다. 엄마께 전화드리라는 최애씨의 말에 약국 의자에 앉아 '엄마, 붕대 감았어.' 하며 울었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 상태로 일주일을 출퇴근을 하다 차도가 없어 다른 병원에 방문해, 족저근막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간단한 발바닥 주사로 아픔은 사라졌다. - 



커피 금지령이 내려졌다.


  집안 곳곳 아이들의 마음이 적혀있었다.

"엄마, 저 이제 진짜 달라질게요. 마지막으로 믿어보세요." 

어제 들었던 말을 또 하는 아이, 방금 샤우팅 들은 오복이가 다시 한번 재생한다.

"엄마, 엄마는 다 예뻐요. 잘 때도, 화낼 때도, 밥 줄 때도, 안아줄 때도 다 사랑스러워요."

칭찬인 듯 아닌 듯 오팔이가 말한다.

  예쁜 말을 하는 7살 형님은 무언가 결심한 표정을 지으며, 앞에 서서 노래 부를 준비를 한다. 이내 부끄러워하는 오팔이는 갑자기 엎드려 한참을 소리 내어 웃는다.

"오팔아, 뭐 하고 있어?"

"'웃풀이' 해야 돼요."

화풀이처럼 웃풀이를 해서 웃음기를 다 빼야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했다.

그녀의 웃풀이는 효과가 있었고, 솜사탕 같은 노랫소리로 엄마에게 만능 오팔이 약이 투여한다.


"나랑 우리 솔잎반, 열매반 친구들은 행운이 많고, 잘 살아요. 왜냐하면, 7살 lucky 숫자니까요."

"오팔아, 잘 사는 게 뭐야?"

"잘 사는 건, 엄마 말 잘 듣는 거예요. 나는 행복한 아이예요. 고맙습니다! 엄마. 엄마가 사랑을 매일 주셔서요. 나는, 사랑투성이 오팔이에요."

덕분에 나 역시 사랑투성이가 된다.



삶에서 좋든 나쁘든 놀라운 일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아무렇지 않은 매일에도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과 건강해야만 하는 이유를 다시금 기억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정상에 오를 때까지 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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