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MU Oct 17. 2024

엄마는 바보가 맞아요


"엄마, 베트남 식당 월요일에 문 닫아요."

오복이가 자신 있게 답한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어느 벚꽃 만발했던 월요일, 오복이는 집에서 나갔다. 떠났다. 아빠랑 짧은 통화 후, 눈물을 보이며 본인 나름대로 최대한의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엄마... 칫솔, 치약 가져가도 돼요?" 

"엄마, 이 가방은 학교 도서실에서 상으로 받은 가방이거든요. 이거는 가져갈게요." 

목이 메인 아이의 질문 비슷한 말들이 계속 날아온다.

아이의 표정을 보아하니 앞으로의 계획이 다 세워져 있는 듯했다.



'띠띠띠띠' 

오복이의 금고 버튼 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다가오는 아이는 엄마에게 오만 원권 한 장을 내밀었다.

"엄마, 그동안 말 안 듣는 아들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눈물이 앞다투어 떨어진다. 서로의 눈에서 눈물이 났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야속하게도 엄마의 눈빛은 차가웠다.

돈을 내밀며 육아를 정산하려는 아이가 귀엽기도 어이없기도 했다. 

"뭐 하는 거야, 장난해?'" 도로 가져가라며 돌려주고 급히 오팔이 하원을 하러 집을 나선다.

"오팔아, 너희 오빠 오늘 또 혼났어. 엄마 마음이 아프다."

"왜요? 오빠가 또 약속 안 지켰어요? 까불었어요?"

집 안은 고요했다. 5분도 안 지났는데 그 사이 헤어짐의 인사도 없이 떠난 오복이다.

"오빠 찾으러 한 바퀴 돌자."

꽃과 사람이 만발한 공원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어느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놀이터에도 없었다. 다른 날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던 아이가 자꾸만 떠올랐다. 한숨과 걱정이 멈추질 않는다. 매주 월요일은 구립 도서관도 열지 않는데, 대체 어디에 머물러 있을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본다. 

'어디 간 거니...'

해가 떨어지며 주 양육자의 마음도 끌어내린다. 어둑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눈치 없이 살랑이는 바람은 벚꽃을 예쁘게 휘날린다. 

"엄마, 눈이 내려요."

맑은 하늘도 바람도 공기도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흑백으로 채색된 듯 보였다.


 몸뚱이가 지친다고 머리에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 머리가 주저앉으라고 몸에 요청을 한 것인지 한동안 멈추어 서 있었다. 최애씨와 바통 터치를 하고 집에서 몇 없는 친구 번호를 다시 한번 전화를 돌린다. 

"어, 저 아까 6시 즈음에 아파트 상가 화장실에서 오복이 이 닦는 거 봤어요."

"기억해 줘서 고마워. 오복이가 저녁을 먹었나 보다."

엄마의 촉인가. 기막힌 여자의 촉인가. 한 친구가 일부러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 최애씨에게 직접 가보라고 하던 찰나, 아이의 엄마가 전화를 주셨다.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 되더라고요. 오복이 여기 있어요." _ 평소 아이의 폰을 체크하지 않던 친구의 엄마 촉도 기막혔다.

"전화 주셔서 감사해요. 바로 가겠습니다."


 '저녁도 굶고 쌀쌀한 날씨에 돌아다녔겠어. 불쌍해라. 보자마자 안아줘야지.'

마치 히어로처럼 나름 대단한 속도로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바삐 발을 움직인다.

길 건너편에 서 있는 아이. 오늘따라 더 조그맣다. 그리고 어두웠지만 알 수 있었다. 그의 눈에는 그렁그렁 맺혀있는 슬프지만 무언가 기대하는 눈빛을 말이다. 아이의 바람에 부응해야 할 것 같음에 단 번에 달려가 번쩍 들어 안는다.

"다시는 나가지 마. 엄마 옆에 있자. 집 나가면 고생이야. 잘못했으면 당당하게 혼나고 말어." 말이 길어짐을 스스로 느끼며 "밥은 먹었어? 배고프지?"

"엄마, 괜찮아요. 먹었어요. 아빠는 아직도 화났어요?"

_마음이 가끔 약해지는 최애씨는 속 타며 어찌나 많이 아이를 찾으러 걸어 다녔는지, 이후 더 이상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경험이 필요한 아빠고 남자다.


 오복이의 잠깐의 바깥세상은 이랬다. 베트남 식당 휴무를 확인 후, 돈가스 맛집으로 이동해 테이블에 홀로 자리 잡고 앉아 멋지게 주문을 하고 아주 만족스러운 저녁을 먹었다고 했다.

"오빠, 우리 아들 독립해도 잘 살겠어." 최애씨와 웃으며 대화한다.  돌아보고 싶지 않은 하루가 끝나간다.




"엄마, 엄마는 바보예요. 바보가 맞아요. 바다에 보물!" 오팔이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의 미소를 짓는다.

"맞아. 엄마는 바보다. 우리 딸."


  함께 지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인지하고 행복만 피어나길 바라지만, 가끔 예상치 못한 육아의 고비가 찾아온다. 작고 커다란 시련을 겪으며 서로 지탱하며 힘을 낸다. 어느 날은 내가, 어느 날은 최애씨가 또 다른 어느 날은 아이들이 성장한다. 삶의 순간들이 우리의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기고 살아가는 힘이 되길 바라며, 달팽이 엄마의 첫 번째 이야기를 마친다.




이전 10화 나는 사랑투성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