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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싸 Oct 21. 2021

고무줄 시간

'모리스 디페렌테' (다른 삶) 27

'모리스 디페렌테 Moris Diferente. 동티모르의 2개 공용어 중 하나인 테툰어로 '다른 삶'이란 뜻이다.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 발리섬 아래쪽, 호주의 위쪽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다. 근 5백 년에 가까운 식민지에서 21세기 초 독립한 나라로, 한국에는 상록수 부대 파견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곳은 내가 2013년부터 일하고 생활한 곳이자, 가족을 꾸린 곳이기도 하고, 서로 다른 삶들에 대해 무척 많이 생각하게 되는 곳이다. 낯선 땅, 다른 삶, 이상이 현실에 부딪치는 순간순간의 일들을 여기 기록한다.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곳과의 시관 관념이 많이 다른 (주로 느린 쪽으로) 곳에 오면 좋은 점도, 안 좋은 점도 있다. (내가 그동안 살았던 경험이 있는 곳이, 서울, 파리, 카사블랑카... 로스팔로스 of 동티모르가 제일제일 느리다!)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수도 딜리의 빵집에서 간식빵을 40인분 정도 주문했었다.  

분명 11시 픽업이라고 주문을 하고, 전날 한 번, 당일 아침에 한 번 확인을 했다 (한국식 마인드...) 

11시 20분이 되어 갔는데도, 아직 포장이 안 되어 있다. 화가 그닥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이곳 시간에 좀 적응이 되기는 되었는데, 그래도 좀 궁금은 하다. 분명 지불도 먼저 했고, 전화로 이제 조금 있으면 도착한다, 준비가 되었냐라고 했는데도 왜 포장이 안 된 걸까?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점원이 저기 세 명이나 앉아 있는데, 왜 나만 혼자 급한 걸까? 그냥 박스에 정해진 갯수대로 착착착 넣고 뚜겅을 덮으면 끝나는 건데 왜 저렇게 동작이 느릴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답답스럽고 화가 나기 시작해서 후딱 그만 두었다. 한국 사람들이 유난스럽게 무엇이든지 성격이 급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만... 이곳은 정말이지 무엇이든지 속도가 4배속으로 느리다. 


속도도 속도지만, '느슨한 정도'도 만만치 않다. 

공적이건, 개인적이건 만남의 시간 정하기가 상당히 느슨하다. 만나기 전에도 “저녁때쯤” “오후에” “오전에” 정도로 정하고, 적당하다고 생각될 때쯤에 찾아간다. 그때 있으면 만나고 아니면 다음에~ 식이 많다. 물론 공식적인 모임이라든가 정기적인 모임은 시간을 정해놓고 그때 (혹은 플러스 마이너스 한 두 시간 내외) 만나는 경우도 많지만, 무언가 비공식적인 만남은 대체적으로 “대충 그때쯤”이다. 처음에는 조바심이 나고, 아니 대책없이 도대체 언제라는 건가 싶어서 답답했는데, 그냥 포기를 하니깐 의외로 쉽다. 내가 생각하기에 적당한 “대충 그때쯤”에 슬슬 가서 “누구누구씨 계세요?”라고 물어보고 있으면 만나고 없으면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 그리고 의외로 그렇게 해서 다 만나진다. 


생활의 모든 것이 그러하니, 느려서 좋은 것들에 집중을 하고 누려야지. 편하게 멍때리기, 굳이 안 빨라도 될 법한 일들을 새삼스레 가려내기 등등 사실 느려서 가능한 것들도 많으니…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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