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경 - 북유럽 스타일 아니고 알비토 스타일

포르투갈 시골 일기 10 - 집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신랑네 가족이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알비토에서는, 친척들과 친구들을 방문할 일이 자연스럽게 자주 있다. 이렇게 방문할 때면, 으레 집을 한 번 구경시켜주시곤 한다.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런 것도 있을 테고, 대부분 오랫동안 살아온 집이라서 그런지 곳곳에 이야깃거리들과 구경시켜 주실 것들이 많기도 한 것이 사실.

구경하는 내 입장에서도 무척 흥미진진하다. 거의 생활사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오래된 물건들도 그렇고, 사실상 친분관계가 없다면 구경할 일 없는 것이 '일반 가정집'아닌가! 현지 사람들이 일상을 가장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곳이 집일 터인데, 구경시켜 주시겠다니 항상 감사할 따름.


게다가 알비토와 인근 마을 집들은 겉에서 봐서는 잘 상상이 안 가게 생겼다. 즉슨, 거진 다 똑같이 하얗게 칠한 단층 주택들로, 밖으로 향한 현관문과 창문이 하나 달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원이나 앞뜰이 있다면 왠지 좀 더 상상이 잘 될 것 같다만, 겉에서 보면 비슷해 보이는 현관문이 다이다. 몇 집을 구경하다 보니, 거의 다 안뜰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좁아 보이는 현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공간이 마술처럼 나온다!


시부모님 댁에 처음 갔을 때도 완전 넋을 놓고 구경했다.

시부모님 댁은 신랑의 증조부님께서 1940년 대에 지으신 집으로, 1970년 대에 시부모님께 물려주셨다고.

오래 살아오신 만큼 가족들의 흔적과 물건이 무척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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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을 들어서면 기다란 복도가 나오고, 복도 양쪽으로 방들이 있는 구조이다.

제일 앞쪽에는 응접실과 식당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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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곳곳에는 시부모님의 수집 컬렉션들이 전시되어 있다. 복도가 길다 보니 걸어둘 곳이 많다. 미니어처 장식품, 화병, 접시 등등...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구들도 다 오래되고 튼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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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들과 거실에는 방마다 손자 손녀들 사진, 가족들 사진이 가득! 하나하나 보다 보면, 시부모님 젊으실 때부터,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이 성장하는 모습들을 파노라마처럼 구경할 수 있다.

거실에는 벽난로가 있는데, 겨울에 난로에 불 피워놓고 앉아 있으면 꾸벅꾸벅 졸기 세상 좋다.

고양이 줄리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역시, 난로 앞, 특히 난로 앞 시아버님 무릎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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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옆으로 계단 5개를 내려가면 부엌.

식당에서보단 부엌에서 요리도 하고, 식사도 할 때가 더 많다.

식당은 온 가족이 다 모일 때나, 아니면 일요일의 정찬을 할 때 쓰는 편.

부엌은 3개의 문과 연결되어 각각 복도, 거실 계단, 그리고 안뜰로 연결되어 있다.

안뜰로 통하는 문으로 나가면, 조그만 테라스가 있고 아주 멋지고 큰 욕실로 통하는 문이 나온다.

테라스에는 화분과 새장, 테이블이 있고, 바로 안뜰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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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은 보배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오르락내리락 걸음마 연습하기 딱 좋다.

지금은 혼자서 잘 오르락내리락하는데, 고양이 줄리와 함께 놀기도 하고, 할머니와 함께 어딘가 숨어있는 거북이 찾기도 하고, 나무와 꽃에 물도 준다. 안뜰은 아주 크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꽃이 피는 나무도 몇 그루 있고, 포도덩굴도 있고, 레몬 나무도 있고, 선인장과 푸른색 화초들이 항상 싱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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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은 가로지르면 조그만 별채 건물이 있고 그 옆에 창고와 양조장이 있다.

양조장은 조그마한 공간이지만, 엄연히 와인과 리큐르를 담글 수 있다고! 몇십 년 전까지는 시아버님께서 직접 담그셨는데, 지금은 힘드셔서 담그시지 않으신다. 벽에 걸린 사진을 보니, 양조장에서 술을 담그는 모습과 한 켠에 테이블을 놓고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담근 술과 음식을 나누는 사진도 보인다. 역시 술이 있어서 그런가, 다들 흥겹고 즐거워 보이는 사진들.


시댁은 거의 매일 가도, 아직까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레이스 뜨개로 뜬 쿠션 커버, 두텁고 오래되어 보이는 서로 다른 스타일과 문양의 식탁보와 테이블 보 등 천들, 각양각색의 타일과 그릇, 다양한 수집품, 역시 서로 다른 스타일과 시대의 포스터며 그림, 가족들의 사진, 쓰임새를 알 수 없는 오래되어 보이는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고 흥미롭다. 알베르토에게 이건 뭐야, 저건 뭐야, 이건 누구야 라고 물어보면, 나오는 이야기보따리 듣는 것도 무척 재미있다. 단순히 이건 뭐, 저건 뭐 이렇게 단답형으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이건 말이야, 00야."

"그게 뭔데?"

"와인을 담글 때 말이야, 어쩌고 저쩌고 해서, 이러이러한데, 그럴 때 쓰는 거야."

"와~ 그럼 그땐 다 그렇게 담갔단 말야?"

"그럼, 그리고 말이지..."

라던가,


"이건 무슨 포스터야?"

"밀가루 생산자조합 포스터야."

"그런 게 다 있었어?"

"그럼, 19세기에 말야, 어쩌고 저쩌고..." (당시 이곳의 생활상에 대한 이야기들)

라던가,


"와, 이 그릇들 봐봐. 색깔이며 문양이 참 다들 다르네."

"저건 우리 이모님께서 할머니께 물려받으신 거고, 저기 저건 00서 우리 할머니께서 사신 건데... 어쩌고 저쩌고" (그릇에 얽힌 추억담)

"그걸 어떻게 다 알아? 기억해?"

"글쎄, 옛날에 저 그릇들 달 때 이야기 들은 거라서 그렇지 뭐."

라던가,


"이거 주아웅 아니야?"

"그렇네. 맞아, 기억난다. 그때 말야, 어쩌고 저쩌고..." (가족과의 추억담)


보통 단순하고, 모던?한 스타일을 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라고 크게 칭하고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집 포함, 내가 봐온 알비토의 우리 가족과 친구 집들은 그와는 정반대이다 - 기본 몇십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에, 기억과 물건과 이야기들이 같이 다 들어 있다.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역사가, 어떤 통일된 '인테리어 콘셉트'없이 드러나 있다. 어찌 보면 좀 정신없을 수 있지만, 그리고 딱히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난 이런 알비토 스타일이 좋고 정겹다 - 이야기 없는 것, 의미 없는 것, 고유하지 않은 것들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 좋다. 딱히 새로 산 것, 최신 물건은 별로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잘 써온 가구며 물건들이 더 많다는 것도 좋고, 보아하니 앞으로도 충분히 더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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