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가 어느 정도 유창해진 고급 수준이 되더라도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다.
추워서 따뜻한 옷을 입으세요.
추우니까 따뜻한 옷을 입으세요.
명령하는 말을 하기 전에 이유를 말하려면 반드시 '~(으)니까'를 써야 하는데 이런 제약을 잊고 다른 이유 문법을 쓰는 경우다. 한국어에는 '이유'를 표현하는 문법이 매우 많다. ( '~아/어/해서', '~기 때문에', '~(으)니까', '~는 바람에', '~덕분에', '~탓에', '~(으)므로', '~(으)로 인해서', '~느라고' 등 지금 생각나는 것만 적어 봐도 열 손가락이 금방 찬다.) 이들은 문장 안에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에 쓰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각 특정한 의미와 뉘앙스를 가질 뿐만 아니라 한 두 가지씩 문법적 제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분해서 써야 한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이 문법들은 그저 비슷비슷한 문법일 뿐이기 때문에 뉘앙스까지 구분해서 적절한 표현을 찾아 쓰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라면 적어도 위와 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된다. '~(으)니까'와 명령어의 관계는 대부분의 한국어 교재 1급(초급) 내용 중에서도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유를 나타내는 수많은 한국어 문법 중에서 '~(으)니까'는 매우 특별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으)니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명령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직 '~(으)니까'만이 뒤에 직접적인 명령, 청유 표현을 붙일 수 있다. 그만큼 강력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문법이다.
늦었으니까 서둘러!
위험하니까 들어가지 마시오.
비가 오니까 택시를 탑시다.
따라서 '~(으)니까'를 붙일 수 있는 이유는 듣는 사람에게는 일방적인 명령에 따를 만큼 수긍이 가는 내용이어야 하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이런 이유라면 자신이 하는 명령, 부탁, 제안 등을 상대방이 따라줄 거라는 확신이 서는 이유여야 한다. 화자와 청자 간에 이 정도의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은 경우 뒤따르는 명령은 공허해질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선생님이 학생에게, 어른이 아이에게, 연장자가 젊은 사람들에게, 사회가 개인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달할 때, 그것이 필요한 이유를 충분히 설득하기보다는 동의 안 된 이유를 전제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다. 가장 손쉽고 폭력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 이유에 대한 동의를 미리 전제함으로써 이의 제기를 봉쇄해 버리는 방식이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하거나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기보다는 '학생이니까 열심히 공부해야지.'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왜?'라는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다.
왜 말하는 사람의 일방적인 감정이 뒷 말을 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나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상대를 아끼는 감정이 크니까 그 정도의 말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이런 말을 하기 전에 자신의 감정이 상대방과 충분히 공감된 건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으)니까'는 '고맙다', '미안하다' 등의 감정 표현의 이유로는 잘 쓰지 않는다.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이유 또한 온전히 그 개인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도와주서 고마워. /늦어서 미안해.)
어떤 감정이나 행동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 자연스럽다. 세상에 당연한 것이 얼마나 될까? 내가 생각하는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 좀 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당연하다고 말한 이유를 상대방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렇게 생각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으)니까'는 꼭 필요할 때 사용하면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남발하거나 맥락과 타이밍을 벗어나면 의미상의 오류문이 되고 만다. 따라서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좀 더 조심스럽게 사용할 필요가 있는 문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