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美아름다울 미 感느낄 감)
1.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 또는 아름다운 느낌.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최근에 '아름답다'라고 느껴본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때,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왜 아름답다고 느꼈는지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생각보다 말문이 막힌다. 왜냐하면, 우리는 보통 그냥 아름다운 걸 그냥 아름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 미감이라는 단어가 있다. 미감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감정 그 자체를 말한다. 그냥 보이는 것, 그냥 들리는 것, 그냥 느껴지는 것-처럼 아름답다도 그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흔하지만, 특별한 감정이다.
내가 보는 세상이 사진처럼 딱- 찍히는 것 같아.
남편은 손재주가 좋다. 연필 드로잉, 색연필 드로잉, 가죽공예, 키링 만들기, 티셔츠 프린팅 해 보기, 도자기공예까지. 연애를 합쳐 약 9년동안 이어진 남편의 취미 일대기다. 지금은 도자기에 정착한 듯하다. 취미만 봐도 알 수 있다. 남편은 나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에 민감하다. 요즘말로, PO에겐남WER이다. 나는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예쁜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예쁜 것보다는 질이 좋은 것, 오래 쓸 수 있는 것, 쓸수록 내 손때가 묻는 것들을 좋아한다. 클래식한 것을 선호한다고 해야 할까. 남편의 미감을 인정한 계기가 있다. 바로, 남편이 골라 준 옷을 입고 외출을 했을 때 칭찬이 반복되던 때이다. 나는 쿨톤, 그것도 라이트 쿨톤이다. 그리고 체형도 왜소한 편이여서, 오버핏보다는 몸에 맞는 핏이 잘어울리는 스타일이다. 그런 내가 웜톤인 줄 알고, 웜톤계열 화장과 톰보이룩을 입고 다녔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친구들은 종종 내게, "쿠키야, 얼굴 그렇게 쓸 거면 나 줘."라고 한 적이 있다. 옷 못 입는다고 친구가 직격탄을 날린 것이었다. INTJ인 나는, 별로 그런 것에 굴하지 않았다. 그냥 내 생각대로- 쭉 웜톤에 톰보이룩을 입고 다녔다. 남편과 가끔 쇼핑을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남편은 쉐도우, 립스틱 색깔부터 옷까지 골라주었다. 그 스타일대로 입고, 지인을 만날 때면 꽤 칭찬을 많이 들었다. 드디어 나한테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고..! 그때 느낀 점은 남편은 나보다 나를 '더 잘본다'고 느꼈다. 미감이 예민한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빠, 오늘 친구가 내 스타일이 예쁘다고 칭찬하더라?"
-"그렇지? 쿠키는 그게 더 잘 어울려."
"나한테 잘 어울리는 걸 오빠가 어떻게 그렇게 잘 알까?"
-"그러게? 나는 시각적으로 예민한 것 같기도 하고.. 예뻐 보이는 게 있던데? 빨간색이 다 같은 빨간색이 아니야. 그러다 보니까 쿠키한테도 뭔가 더 잘 어울려 보이는 그런 게 있던데?"
"잉? "
-"나 색연필 있거든? 그거 봐봐, 빨간색도 여러개로 구분돼!"
"그래??, 신기하다.!!!"
-"나는 어쩔 때는 내가 눈으로 보이는 장면이 사진처럼 찍힐 때도 있어. 그때 사진 찍으면 예쁘던데?"
하나의 색도 스펙트럼처럼 여러 색으로 보이고, 가끔 사진처럼 눈에 보이는 장면이 찍힐 때가 있다는 남편의 말은 나에게 정말 신선했다. 남편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능력은 눈의 감도에서 오는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감도의 이름이 미감인 것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아름다움도 포착할 수 있는 능력. 꽤 탐나는 능력이다.
절대미감은 없으니, 미감 자극이라도!
옷뿐만 아니라, 사진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이 찍어준 사진은 항상 베스트컷이 많다. 둘이 데이트를 할 때면, 나는 남편의 베스트 컷을 찍어주려고 애를 많이 쓴다.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카메라를 밑으로 내리기도 하고, 쪼그려 앉아도 보고... 그래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까 그냥 남편이 먼저 찍고, 그대로 그 위치에서 세팅을 해 둔 뒤 손만 바꿔서 남편을 찍어주곤 했다. 결과물은 성공!
뭐든 배우고 싶어 하는 나는, 남편에게 사진 잘 찍는 법을 물어보았다. 남편은 웃으며, 피사체에 애정을 담아서 찍어봐. 라고 했다. 어이가 없다. 나도 나름 얼마나 애정을 담았는데! 감성적이고 뭉뚱그린 답변 말고 좀 더 자세하게 말해달라고 채근했다. 미감 있는 남편은 장면처럼 예쁜 게 눈에 딱 찍히는 스타일인데 내가 그걸 알 수가 없지. 절대음감 같은 절대미감 뭐 그런 거겠지! 라며, 생각했었다. 몇 번 채근한 끝에, 남편이 잘 찍는 법을 공부해서 나름 쉽게 알려주었다.
- 격자/ 안내선 켜기
- 배치/ 구도 활용하기 : 건물, 사물 등과 수평, 수직을 맞춰서 안정감 높이기
- 찍으려는 것에만 몰두하지 말고, 사진에 담고 싶은 전체 그림을 생각해 보기
남편이 알려준 대로 우선 미감을 느껴보는 단계에서 보면, 휴먼스케일이라는 건축, 디자인 용어가 생각난다. 휴먼스케일이란 도시계획, 건축, 제품디자인 등에서 인공환경을 설계할 때 사용하는 개념으로, 특정한 사물이나 공간이 인간의 신체크기, 동작범위, 지각능력 등 인간적인 척도에 맞도록 설계되어 사용자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균형감에서 주는 안정감의 힘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므로 절대미감은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다. 다만, 절대 다수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의 개념에 좀 더 집중해보면, 대중적인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경험해보고, 미감을 확장시킬 수 있는 것 같다.
미감을 잘 느끼는 남편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새로운 미감의 세계가 열리기도 한다. 남편의 절대미감, 아니 예민한 미감이 나에게는 가이드라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 경험의 순간이 쌓이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어떤 것에서 더 아름다움을 느끼고 좋아하는지 발견하게 되면서, 미감을 느끼는 것에 재미가 들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남편 덕분에 좋아하는 미술전시와 작가가 생겼다.
행복지수를 높이는 비결, 미감 느끼기
'아름답다.'는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만한 감정을 말한다. 시각적인 것에 특화된 감정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움의 사전적 정의와 조금 다르지만 나는 "글"에서 아름답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스토리가 분명하고, 통찰력 있는 글, 리듬이 있는 글을 읽을 때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어쩌면, 나에게 미감이라는 것은 글에서 발현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인생을 아름답게 느끼는 감각. 아름다운 것을 많이 느끼며 살아가는 것은 행복지수를 높이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에필로그-
미적감각이랑 미감은 다른 개념이에요. 미감은 저스트 필링, 그냥 아름답다고 느끼는 감정을 말해요. 미적감각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말하죠. 구도, 배치, 색 조합.. 그런 기법들이 미적감각을 키우는 소양이 되기도 하는 거죠.
미감이라는 단어를 최근에 알게 되었어요. 저는 당연히 미적감각의 줄임말정도로 알고 있었거든요. 미감의 뜻을 알고 나니까 제 머릿속이 막- 재밌어지더라고요. 글을 쓸 생각에! 저처럼 글에서 미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