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루틴 버전업

아홉 번째

by 쿠키

본성

(本근본본 性성품성)

1. 사람이 본디부터 가진 성질

2. 사물이나 현상에 본디부터 있는 고유한 특성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는 각자만의 회복루틴을 갖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나를 다시 찾는 과정이다. 그래서인지 각자의 본성에서 비롯한 방식이 나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회복루틴이 된다.


회복루틴이 필요해

나는 학창 시절부터 매년 다이어리를 구입해서 주간단위로 해야 할 일을 계획하는 것을 좋아했다. TJ의 특성이 최대로 집결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정해두어야 마음이 편한 스타일이다. 아마도, 통제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나에게는 '안정감'으로 다가왔던 게 아닐까 싶다. 요즘엔 그동안 잠시 멈췄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회복루틴이 필요해진 시기다. INTJ인 나에게 회복루틴의 첫 단계는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하지만, 나와 정반대인 남편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에게 당연했던 루틴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생긴다. 그 과정을 통해 나의 회복루틴이 조금씩 수정되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과거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에 집중을 했다면, 이제는 방향성에 대해 더 자주 고민한다. 어쩌면, 이게 더 중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경주마 같다고?

내가 회복루틴에서 방향성을 고려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남편과의 대화에서였다. 남편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내 모습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쿠키는 한다면 하지. 경주마 같아!!"

-"다 그렇지 않아? 하면 하는 거고, 안 할 거면 안 하는 거지"

"나는 실패할까 봐 시작이 잘 안 돼. 그런 면에서 쿠키는 경주마야. 마음먹으면 막 달려가잖아"

-"오빠. 별로 안 좋은 뜻으로 말한 거지?"

"아냐!! 경주마는 아무 말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경주마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는 거야. 그건 쿠키의 장점이야."


남편이 경주마 같다고 말한 건, 아마도 내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었을 것이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내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누구나 목표를 정하면 달려 나가는 줄 알았다. 노력은 당연한 전제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때, 나에게 있어 목표가 있으면, 속도 있게 나아가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나를 있는 그대로 보고 한 일상의 대화였지만, 그 대화가 꽤 자주 생각이 났다.


회복루틴 업그레이드, 속도 이전에 방향을

요즘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회복루틴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상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를 세워 나아가는 일은 여전히 나에게 가장 좋은 회복방법이다. 다만, 이제는 속도보다 방향성에 대한 시간이 더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기존의 회복루틴에서 속도를 정비하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삶의 방향성을 다시 세우고, 그에 맞는 속도를 고민해야 할 때다.


TJ와 FP는 어떻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회복이 필요하다'는 말은 지금 상황이 힘들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럴 땐, 본성 그대로 존재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 남편과 나는 회복루틴도 전혀 다르다. 나는 다음을 계획하고, 남편은 오롯한 휴식을 취한다. 결혼 초기에는 서로의 방법대로 회복시켜 주려고 부단히 애썼던 것 같다. 이제는 그 자체로 서로의 회복루틴을 지켜봐 주고 있다. 이게 우리의 위로법이다. 대신, 상대의 방향성에 대해서 조용히 관찰하고, 필요할 때는 진심이 닿도록 고민해서 전달하기. 부부라고 해서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각자의 회복루틴대로, 그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옆에 있어주는 것이 더 필요한 순간도 있다.



에필로그-

청첩장을 만들면서,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장이 있어요.

'결혼이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것을 청첩장에 적으며 다짐했었는데, 살아가다 보니 가끔 까먹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청첩장을 다시 한번 꺼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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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