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단어, 붕어빵!

열네 번째

by 쿠키

관찰

(觀볼 관 察살필 찰)

1.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봄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나를 살피는 일,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 사물로부터 생긴 호기심을 탐구하는 일처럼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장면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님의 <풀꽃>이라는 시는 이렇게 쓰여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관심 있는 누군가를 자세히, 오랜 기간 관찰하다 보면, 자신이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 알게 될 때가 있다. 그 시점이 내가 관찰한 대상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요즘엔 작은 컴퓨터인 휴대폰을 통해 누군가를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다. 그래도 잠시, 휴대폰 너머의 장면을 관찰해 보는 것이 필요해지는 시기이다. 그렇게 누군가를 오래 관찰하다 보면, 그 사람만의 특별한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얍! 마법의 단어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하고, 일과를 보낸 뒤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에 드는 보통의 삶 속에서 우리는 마법의 단어를 하나씩 쥐고 있다. 마법의 단어는 듣는 순간, 우리의 기분이 바로 전환되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단어이다. 분위기를 바꾸기 가장 좋은 단어이지만, 마법의 단어는 상대방을 지긋히 관찰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단어이다. 혹여나, 상대방의 입장이 아니라 내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면, 흑마법을 부릴 수도 있다. 이처럼 어떤 마법을 부리는냐는 관찰에서 시작된다.


마법의 단어는 어렸을 때부터 통하는 나만의 스테디단어일 수도 있고, 변해버린 나의 상황에 딱 맞는 센스 있는 스페셜단어일 수도 있다. 이 단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마법의 단어가 많아지면, 우리의 삶에서 한 줄기 빛이 아니라, 여러 줄기의 빛이 생기는 것이다. 듣기만 해도 든든해지는 기분이다. 마법의 단어는 관찰을 해야만 제대로 알 수 있다. 오래 보고 자세히 볼수록, 즐거움으로 가는 정확도가 높아진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법의 단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붕어빵은 절대 마법

겨울이 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붕어빵이다. 어렸을 때는 집에 가는 길에서 적으면 1개, 많으면 그 이상,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붕어빵이었는데, 요즘에는 붕어빵 지도가 있을 정도로 귀해졌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카페, 편의점, 청과점에서 겨울이 되면 시즌 메뉴로 함께 파는 곳이 많아졌다. 어렸을 때, 가스 불에 붕어빵 틀을 하나씩 뒤집어서 팔던 그 맛은 아니더라도, 뭔가 모를 겨울의 몽글한 기억이 피어나게 하는 간식 임에는 틀림없다.


겨울 한정 메뉴인 붕어빵은, 남편의 마법의 단어이다. 평일에 지쳐있을 때, 붕어빵 먹을래? 하면, 바로 웃어버리는, 정말 신기하고도 재밌는 장면이 펼쳐진다. 주말에는 그 마법의 효과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침대와 한 몸이 된 남편을 침대 밖으로 기분 좋게 데리고 나온다. 붕어빵 한 단어만 꺼냈을 뿐인데, 느긋하던 남편이 갑자기 구체적인 계획을 줄줄이 읊는다. 붕어빵을 사고 그다음 코스까지.


“오빠, 붕어빵 먹을래?”

-“너무 좋아!!!”

“몇 마리?”

-“열 마리!! 슈크림이랑 팥이랑 반반으로. 붕어빵 산 다음에 영화 보러 갈까? 아님 산책?”


남편을 관찰해 보면, 붕어빵 말고도 마법의 단어가 많다. 치킨, 카페, 영화, 그림. 나는 남편 몰래, 그의 분위기를 바로 전환시킬 마법의 단어를 꽤 많이 수집했다. 기분이 안 좋아진다 싶으면 바로 마법을 부린다. 하나둘씩 꺼내며 사용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함께 웃을 일이 많아진다. 그럴 때, 나는 생각한다.

‘마법의 단어가 맞았다. 전략 성공!’


나도 모르게 쥐어진 핫초코

나의 마법의 단어는 초코라테이다. 아이스 초코, 핫초코 상관없다. 그래서 나의 단어는 시즌 한정이 아니다. 사계절 내내 통하는 무적의 스테디 단어이다. 원래는 커피였는데,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못 자서 아쉽게 이별 아닌 이별을 했다. 고향에도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도 내가 자주 가는 초코 가게를 마련해 둔 덕에 어딜 가든, 기분이 울적해지거나 무료할 때 바로 나가기 좋다. 초코라테가 나의 마법의 단어라는 것은 처음에는 나도 몰랐다. 고향에 내려갈 때나, 평상시에 나의 활동을 조용히 관찰한 남편이 얘기를 해준 덕에 알게 되었다.

“오빠, 오늘 너무 힘든 하루다.”

-“고생했어. 집 가는 길에 아이스초코 먹을래?”

“오! 좋다. 오늘은 초코파우더 추가할 거야”


남편은 요즘 꽤 자주 마법의 단어를 쓴다. 내가 살피지 못한 내 기분을 살핀 것일까? 덕분에 무탈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이 많아진다.


부모님의 시선에 씌워진 키즈필터

결혼하면서, 나와 남편 말고도 우리가 함께 지내야 할 가족이 더 늘었다. 나의 가족에서 나아가 남편의 가족까지. 확장된 가족관계에서도 마법의 단어가 유용할 때가 있다. 딸로서, 때론 며느리로서 몇 년간 관찰을 하면서 알게 된 단어인데, 양가 부모님께서 이 문장을 들으시면 모두 좋아하신다.


"우리 주말에 갈게."


결혼 초반에는 명절을 제외하고, 우리가 양가를 방문할 때면 반찬 만들며 분주해지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바쁘신데, 괜히 가서 주말에 못 쉬시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을 배려한다는 마음이 어쩌면, 나한테만 존재했던 마음의 소리는 아니었을까, 주말에 쉬고 싶었던 우리의 속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부모님에게 우리는, 힘들어도 좋은,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존재인 것 같다. 성인이 되어도, 어린아이 필터를 씌어서 보는 듯한 부모님의 시선을 우리는 바꿀 수가 없다. 자식을 바라볼 때, 자동으로 씌워지는 부모님의 키즈필터는 마법의 단어마저 한정시켜 버리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단어 속에는 단순히 '만남'이 아니라, 자식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그들을 위한 안도가 함께 담겨 있는 듯하다.


관찰에서 시작되는 사랑

주의를 기울여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살피는 일. 사랑이 시작되는 첫 순간이다. 오늘 나의 하루가 별 탈 없이, 무난하게 마무리가 되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세심한 관찰에서 비롯된 마법의 단어 덕분이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알 듯, 모를 듯 같이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의 배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뭐든지 균형이 필요하다. 넘치면 벅찬 법이고, 부족하면 아쉬운 법이다. 누군가의 마법의 단어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절대 남발하면 안 된다.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서, 상대를 관찰하며 살짝 던져보자.


마법의 단어는 상대를 향한 관심의 결과물이다. 그 작은 단어 하나에 '당신을 보고 있어요.'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마법 같은 것이다.





에필로그-

남편과 저의 마법의 단어는 쓰고 보니, 주로 먹는 것과 관련이 있네요. 음식이 주는 힘일까요?

문득,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의 마법의 단어가 궁금해지네요.

벚꽃, 첫눈, 붕어빵, 핫초코...!

또 뭐가 있을까요?


(이미지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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