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關빗장 관 心마음 심)
1.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 또는 그런 마음이나 주의.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우리 몸을 살피는 일에는 생각보다 필요 이상의 에너지와 정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는 나를 보살피는 일보다 상대적으로 상대를 살피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들일 때가 많다.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상대의 말짓과 눈짓은 내가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자신의 모습보다 더 쉽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그 과정에서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잠시 묻어두고, 다른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바쁘다. 그렇지만, 우리는 나와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 몸의 소리와 마음의 소리에 집중을 해야 우리는 온전한 시간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관심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이는 단어라는 뜻이다. 이제는 밖으로 향해있던 관심의 방향을 나로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하루 온종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니, 하루 10분도 좋다. 그 시간만큼은 나의 온 에너지와 정성을 ‘나’에게 맞춰보자.
한 달에 한 번, 호르몬이 나를 지배할 때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어쩌면 작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을 시점부터 성별에 대한 호기심은 벌써 시작된다. 선택할 수 없는 인체의 신비에 의해서 결정된 나의 성별결정은,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렇게 결정된 나의 성별로 나는 매달 한 번씩 불쑥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한다.
바로 PMS.
PMS는 월경 전 증후군을 줄여서 부르는 말로, 여성이 월경(생리)이 시작되기 며칠 또는 1~2주 전에 반복적으로 겪는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행동적 증상들을 특징으로 하는 증후군을 말한다. 보통, 월경이 시작되면 사라지거나 크게 완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의 정도도 개개인마다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일정한 지표로 판단할 수도 없다. 월경 주기에 따른 여성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원인 모를 증후군을 겪는 나도 내 모습이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생리통은 매달 알고 싶지 않아도, 느껴지기에 나에게 생리통이 있는 것을 알 수밖에 없다. 그런데, 통증이 아닌, 기분변화로 찾아오는 나의 PMS는 내가 알아차리기가 어려웠다. 그런 내가, PMS까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남편의 관찰력 덕분이었다.
"오빠, 오늘은 왠지 엄청 깨끗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
"깨끗한 국물? 그게 뭘까?"
"그냥 야채만 넣고 끓인 국물을 말할까. 나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
"주문사항이 꽤 어려운데? 오늘 생리 전주 맞지?"
"어? 어떻게 알았어?"
"그쯤 되면, 쿠키가 까다로워져ㅋㅋ"
말하고 보니 그랬다. 특정 시기에 반복되는 예민한 기분이 있었다. 그래서 그날, 검색을 통해 PMS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나는 PMS가 시작되면, 무엇보다 후각과 촉각이 예민해진다. 그때만 되면 둔했던 후각이 왜 이렇게 예민해지는지, 어제까지 잘 덮고 자던 이불도 바꾸고 싶을 만큼 촉각이 왜 이렇게 난리를 치는지. 여기서 끝나면 좋으련만. 감수성은 또 얼마나 풍부해지는지. 대문자 T인 나는, 이 시기가 되면 눈물이 더 많아진다. 공익광고나 인터뷰를 보고 훌쩍이는 내 모습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PMS기간이 되면, 남편에게 지금 이 모습은 내가 아니고 호르몬에 지배된 나야라며, 남편은 평생 모를 호르몬 이야기를 꺼내든다. 그렇게 어물쩍 상황을 요리조리 피해 본다. 남편의 대문자 F 덕분에 예민보스 PMS 기간도 별 탈없이 넘어가긴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매번 잘 넘어가는 건 아니다. 가끔은 남편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도 미안하면서도, 동시에 이게 나인가 싶어 혼란스럽다.
날것의 나를 마주하기
나에 대한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나의 날것의 모습은 꽤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생리통도 힘든데, PMS까지 있다니! 예민한 성격은 내가 갖고 싶던 성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에게 예민 보스의 시기가 있다는 사실이 좀 두렵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한 나의 모습에 반대되는 진짜 내 모습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성적이고 침착한 내 모습만 고집하지 말고, 감정적이고 예민한 나도 인정해 주자며, 머릿속으로는 몇 번이고 되뇌었다. 솔직히 말하면, 예민해지는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균형 잡힌 사람이고 싶었는데, 한 달에 한 번씩은 그게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게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 같다.
관심을 두는 3가지 방법
이런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변해보고 싶은 마음에 나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시작으로 어떤 것부터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호르몬 균형과 스트레스 조절이 효과적이라는 말에, 정성스러운 한 끼, 규칙적인 운동, 숙면과 같은 기본적인 패턴을 지켜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그린스무디 마시기와 필라테스, 명상을 시작한 지 반년쯤 된다. 브로콜리와 양배추를 찜기에 찌고, 아보카도를 넣어서 먹는 그린스무디(닥터라이블리 레시피)는 처음에는 정말 먹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가끔 키위 맛도 나는 것 같다며, 스스로 선한 거짓말을 한다. 머리로만 느껴지는, 키위맛 그린스무디를 마시면 내 몸이 좋아지는 것을 알기에 계속 마시고 있다.
필라테스는 10년 전에 시작해 1년 잠깐, 3개월 잠깐, 그렇게 해왔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마음먹고 꾸준히 다니고 있다. 필라테스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특히 골반을 펴주는 동작을 할 때면, 평소에 얼마나 몸을 움츠리고 살았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명상은 아침에 일어나서 시작한다.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 유튜브 이 채널, 저 채널 돌아다니며 꽤 탐색의 시간이 길었는데, 이제는 한 곳에 정착해 망설임 없이 바로 시작하고 있다.
나를 돌보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3가지 루틴은 지금도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그 덕분인지, PMS와 생리통이 꽤 많이 줄었다. 배달음식과 외식을 줄이면서 환경호르몬을 줄이고, 필라테스,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낮추는 방법이 나를 돌보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적중한 것 같다.
이 방법으로 호르몬의 지배에서 조금은 자유로지게 되었다. 그것만으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매달 찾아오는 나의 리포트 카드
한 달에 한 번 겪는 이 시기는, 내가 잠시 방심하면 어김없이 그 다음 달에 다시 찾아오곤 한다. 그래서 한 번은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잘 살고 있는지 평가받는 기분이야."
나의 생활습관을 누군가에 매달 평가받는 것 같았다. 원인은 알 수 없고, 오로지 결과만 남는 출제자가 없는 시험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미션처럼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니, 오히려 또다시 스트레스가 되는 기분이었다.
아, 나 정말 예민하네.-
이젠, 호르몬에 지배되는 달과 자유로운 달을 꽤 반복하니, 예민한 시기를 겪는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나에게 맞는 루틴을 지키며, 나에게 관심을 갖는 시간을 늘릴 뿐이었다. 더 이상 의미를 두진 않았다.
마음의 빗장걸기
관심이라는 단어에서 관은 빗장 관, 잠글 관을 사용한다.빗장을 잠그듯이, 무언가에 마음을 꽉 붙잡아두는 것을 말한다.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아가기 위하여 관심의 시간을 갖는 일, 꽤 근사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나에게 마음의 빗장을 거는 일은, 결국 나를 지켜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에필로그-
명상의 효과는 정말 많이 들었지만,
솔직히 조금 회의적이었어요.
그냥 앉아서 숨만 쉬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었거든요.
첫 명상을 시도한 날, 머릿속이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찬 걸 느끼면서, 와- 내 머릿속이 이렇게나 복잡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아침 10분씩 앉아있어 보기 시작했고, 꾸준히 해오고 있어요. 꽤 오래 명상을 이어갈 거 같아요. 생각보다 매력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