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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휴직이다.

by 찐보아이

40세에 어렵게 구한 직장이지만 결국은 휴직이다.

좌충우돌 티격태격 씩씩하게 해내고 도움받았던 나지만 육아와 잦은 야근과 현실의 몸둥이가 견뎌주질 못해서 잠시만 쉬고 숨좀 고르고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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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은 31살짜리 패스워드 시발놈과 다르지 않은데 현실과 몸과 체력이 그와 같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상이었다.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항복이다.

두손두발을 다 들었다.

살기위한 만세이다.


패기있게 도전했지만 돌지난 아기, 초딩입학 전 7세 남아, 그리고 업무강도에 나는 내가 살기위한 항복을 감행한다.

육아휴직!!





인사발령이 있는 달까지 근무하기로 팀장님과 이야기를 마쳤다.

이 와중에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우리 팀장님은 조직도 역활에 내 업무를 잔뜩 추가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지랄맞은 팀장: 이렇게 하면 우리가 휴직자 수당 더 받아.
나: 아 그래요?? 도움이 된다니 좋네요.... 쩝...


끝까지 얍쌉빠르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팀장이다. 팀원에게는 좋은 팀장이다.

모르겠다. 나는 이 조직에 조금 정나미가 떨어진다. 베품받은 은혜와 다시한번 직장 생활에 내공을 쌓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정나미가 조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휴직하면 몸을 좀 편하게 쉬고 싶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했는데 낮잠도 좀 자고 따사로운 낮 햇살을 즈려밟으며 오늘은 어디에서 커피를 마실까 한량하게 고민해보는 일상을 살고 싶다.


그럴 수 있다.!

가능하다!

반드시 가능하다!


누군가는 도망가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한다.


"나는 도망가는 것이 맞다고."


이제 갓 돌지난 아기, 예비초등 1학년에게 간다.


그리고 복직을 하기까지 조금 더 생각이라는 것을 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이렇게 새벽같이 나와서 일하고 아이돌보고 살림하는 일상 말고 시간을 조금 자유롭게 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갖고 싶다.

그래도 지금처럼 200만원은 벌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그 일이 어떤 일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반드시 찾아내고 싶다. 이렇게 바쁘고 허덕여서 받는 200만원, 9급 월급쟁이 공무원 말고 내 시간 잘 쓰고 적당한 일을 하면서 500만원, 700만원 버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40세이지만 이제서야 내가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한번도 꿈꿔본 적 없었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실현해보고 싶다. 이제껏 해와서 익숙한 것 말고, 내가 할수 있는 것, 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해보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거울 속 흰머리가 삐쭉 눈에 보인다.

하고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이젠 미루지말고 해야 할 흰머리나는 40세이다.


가만있어보자............


그런 삶을 살아보자.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진짜 하는 삶.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삶. 그러면서도

사회에 유익한 것을 내 놓을 수 있는 삶.


눈치 볼 시간이 없다.
마음 먹은 것 다 해보자.
어디서 어떻게 대박나거나 성공할 지 모르는
경험 쌓이고 가능성 많은 40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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