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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현 Jul 12. 2022

월요일 아침에 일 안 하는 아빠들?!

멕시코 ‘아빠의 날’

월요일 8:30분까지 아빠들 모두 학교에 오라는 메일이 왔다. 그게 가능하다고?! 아무리 그날이 아빠의 날이라고 해도 말이다. 개근과 근면성실을 미덕으로 삼아왔고 오랫동안 노동시간 세계랭킹을 기록하고 있는 찐 한국인으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침 시간 여유가 있던 딸바보 남편은 연차를 쓰고 학교에 참가했다 남편을 제외한 다른 근면성실 한국인 노동자들은 아무도 학교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애비 없이 기죽을까 봐 걱정된 한국인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한국인을 제외한 아이들은 모두 아빠의 손을 잡고 등교했다. 학교를 가득 메운 외국인 아빠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게 실화라고?! 한국 밖에선 월요일 아침에도 아이들 학교에 갈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던 거였어?


아빠의 날에 참석한 아빠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실 별 것 안 한다 공놀이 좀 하자고 평일 아침에 아빠들이 결근을 한다니.

멕시코의 노동시간은 한국보다 많다. 무려 OECD 국가 중 1위다. 주 5일 하루에 10시간을 근무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녀들의 각종 학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당연하다.  졸업식, 아빠의 날, 각종 발표회 등에는 항상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있고 심지어 아이 친구의 생일파티에도 아빠들은 멋지게 차려입고 등장한다. 아이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매번 혼자 참석하는 나에게 친구 엄마는 조심스럽게 아빠의 안부를 물었다. 회사 일 때문에 아빠는 오지 못한다고 하자 그 엄마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친구 생일파티에 참석하지 않는 아빠가 있을 거란 생각을 미쳐 하지 못했다는 표정이랄까. 


멕시코의 다양한 노동자를 만나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멕시코는 노동 시간에는 공백이 많은 것이 확실하다. 멕시코를 비롯한 다양한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 일하다가 낮잠을 자는 시에스타 문화가 있다. 우리 집에서 가사 노동을 하는 베티는 약속한 노동 시간 중에 2시간을 점심시간으로 이용한다. 느릿느릿 음식을 데워먹는 것을 보며 속이 타지만, 내가 그녀라면 빨리 노동을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을 것 같지만, 그녀는 퇴근시간을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느긋한 점심시간 2시간을 포기하는 법이 없다. 그들의 따뜻한 기후 만큼 노동 문화 또한 느리고 여유롭다. 반면 우리나라는 컴퓨터 켜는 시간이 9시 이후인지 9시 전인지 논란이 될 만큼 노동시간을 꽉 채워 ‘진짜 노동’을 하고 있다. 진짜 노동 시간만을 따져본다면 우리나라를 이길 자는 없을 듯하다. 


일보다는 가족과 친구를, 회사보다는 집과 파티를 중요시하는 이 분위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게 당연한게 아니라  일주일 후로 미루는게 당연한 나라. 그마저도 제대로 끝내지 않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이곳 분위기. 빨리빨리가 몸에 익은 한국인 1인은 답답하고 이해가 안 갈때가 많지만 한편으론 느리고 여유있는 이곳 사람들이 부럽다. 효율성을 버린 자리에 가족과 친구들을 채우고 있는 멕시코 사람들의 삶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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