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무식한 우리

인간들은 생각보다 무식하다.

by 개똥밭

* 이번 이야기는 유튜브 영상 '모른다는 걸 모르는 자가 가장 위험합니다'를 참고하였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며, 눈부신 과학 기술과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고 자부합니다. 더욱이 스마트폰 덕분에 손안에 정보가 넘쳐나니 스스로 ‘무식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2012년 영국 성인의 절반이 ‘에베레스트 산’이 어느 나라에 있냐는 질문에 영국에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젊은 세대 상당수는 이라크가 어디에 있냐는 질문에 미국 지도를 가리키며 더듬거렸다는 사실은 우리 인류의 지식수준에 대해 의문을 들게 만듭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과거 맥도날드가 출시하여 빅히트를 친 ‘쿼터(1/4)파운더 버거’에 대항하여 A&W가 출시했던 ‘서드(1/3) 파운드 버거’의 실패 사례는 인간의 무지에 대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서드 파운드 버거’의 실패 이유는 소비자들이 분수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즉 분모의 '4'보다 작은 '3'이라는 숫자에 현혹되어 1/4 파운드가 더 크다고 착각하는 바람에, 더 많은 양의 패티를 가진 1/3 파운드 버거는 외면받고 시장에서 퇴출된 거죠.


이러한 사례들은 알고 보면 얼마나 우리가 무지한지, 그리고 그 무지가 때로는 경제적인 실패까지 야기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영상 '무지의 역사'에서 이승훈 교수는 무지를 단순히 '모르는 것'을 넘어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정말 몰라서 무식했던 경우, 알았지만 망각하는 경우, 알면서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경우, 그리고 가짜 뉴스에 현혹되는 경우까지.


에베레스트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내놓거나, 분수의 크기를 착각하는 것은 '정말 몰라서 무식했던 경우'에 해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교육 시스템이나 정보 접근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점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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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 버거의 실패 사례는 단순한 숫자 감각의 부족을 넘어, 피상적인 정보에 쉽게 현혹되는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종종 깊이 생각하거나 논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정보나 익숙한 프레임에 갇혀 오류를 범합니다.


특히, '무지의 역사' 영상에서 다뤄진 '레몬 시장의 법칙'은 이러한 정보의 부족, 즉 무지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간단하게 ‘레몬시장의 법칙’을 살펴보면 경제학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시장에 저품질 상품만 유통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라고 합니다. 이 법칙은 1970년대 조지 애컬로프 교수가 중고차 시장을 사례로 처음 제시하며 2001년에 이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레몬"은 영어 속어로 '불량품'을 의미하는데,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속은 결함이 있는 제품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자는 차의 품질을 잘 알지만 구매자는 구매 전 품질을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구매자는 가격을 통해 품질을 추정하는데, 만약 저품질 차량(레몬)이 많아지면 구매자는 가격을 떠나 전체 중고차 시장을 저품질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좋은 품질 차를 가진 판매자는 적정 가격에 팔기 어렵고 결국 시장을 떠나게 되어, 저품질 제품만 남아 시장을 장악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를 "역선택"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런데 이 법칙이 놀랍게도 지금 구인 구직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겁니다.


기업은 지원자의 실제 역량, 성실성, 잠재력 등을 서류나 짧은 면접만으로는 완벽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구직자 또한 기업의 실제 업무 환경, 기업 문화, 성장 가능성 등 내부 정보를 충분히 알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기업은 좋은 인재를 알아보기 어렵거나, 검증되지 않은 인재를 뽑아 실패할 위험을 줄이고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서류로 증빙할 수 있는 ‘스팩’에 집중하는 거죠.


반대로, 뛰어난 역량을 가진 구직자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껴 해당 기업을 외면하거나, 시장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좋은 인재'를 구하지 못해 구인난을 겪고, 유능한 구직자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마치 레몬 시장처럼 비효율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되어 중고차 시장처럼 그다지 유능하지 못한 구직자들만 남는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 또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가 창궐하던 당시 선진국이란 미국에서는 백신에 대한 가짜 뉴스는 물론, 소금물을 코에 넣으면 치료가 된다는 민간요법까지 가짜 정보들이 넘쳐 흘렀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정보를 맹신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는 그래도 좀 산다는 나라들이 ‘부정선거론’이란 가짜 뉴스와 정보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루고 있습니다.


결국, '인류는 생각보다 무식하다'는 명제는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고, 끊임없는 학습의 필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우리가 가진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혹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비판적 사고와 다른 사람의 주장에도 귀를 여는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마주할 때, 비로소 조금은 덜 무식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영감을 준 영상

(1부) 모른다는 걸 모르는 자가 가장 위험합니다

(2부) 인류의 무식함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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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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