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의 함정과 경제발전의 필연
어느 날 지인과의 통화는 원래 용건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그쪽이나 필자나 20대 자녀가 있다 보니 결국 '요즘 애들(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 거죠. 큰 공장을 운영하는 그 지인은 힘들고 더러운 일을 기피하는 청년들에 대해 한탄했습니다. "요즘 애들은 너무 유약해서 조금만 힘든 일이면 다 도망간다"는 것이었죠.
전 그를 조금 설득했습니다.
"생각해 보라 이는 무척이나 당연한 결과다."라고요. 아니, 오히려 필연적인 현상이다. 라고요.
한 국가의 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하면 산업구조 고도화가 일어납니다. 사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죠. 조금 더 그럴듯하게 표현하면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서비스업과 지식기반산업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것이죠.
이런 구조적 변화 속에서 청년들이 열악한 물리적 환경보다는 쾌적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육체노동보다는 인지노동(cognitive labor), 즉 머리를 쓰는 노동을 선호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이는 개인의 나태함이나 유약함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발전 단계에 따른 합리적 선택인 거죠.
부모 세대의 모순
더욱 흥미로운 것은 부모 세대의 인지부조화입니다. 소위 ‘좀 빡시게’ 살았던 기성세대가 자녀들에게 "대학 가서 여름에는 에어컨 나오고 겨울에는 난방되는 사무실에서 일하라"고 교육하고는, 정작 지금 현상에 "요즘 애들은 너무 유약하다."라며 혀를 차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결국, 자녀에 대한 기대와 사회적 현실의 괴리에서 비롯된 거죠. 부모들은 자녀가 자신들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랐고, 그 방법으로 고등교육과 화이트칼라 직업을 제시하고는. 내 자식이 아닌 다른 자식들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민 겁니다.
글로벌 현상으로서의 '힘든 일 기피'
그런데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후기산업사회(post-industrial society)로 진입한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글로벌 트렌드죠. 고학력사회일수록, 경제발전 수준이 높을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국제 뉴스를 조금이라도 보신 분들은 충분히 인지한 사실일 겁니다.
더욱이 이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현상도 아닙니다. 현재 50, 60대 부모 세대부터 이미 시작된 장기적 변화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거죠. 우리 베이비부머 세대 역시 그들의 부모 세대가 했던 농업이나 막노동을 기피하며 도시로, 공장으로, 사무실로 향했지 않았던가요?
국가 차원에서도 벌어지는 같은 현상
더 거시적으로 보면, 국가 단위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나타납니다. 경제가 고도화된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 제조업 오프쇼어링 : 힘들고 더러운 제조업은 개발도상국으로 이전
- 서비스업 중심화 : 금융, IT, 엔터테인먼트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
- 지식경제 : AI, 바이오테크, 핀테크 등 첨단기술 개발에 주력
미국이 제조업을 중국으로 보내고 실리콘밸리에 집중하는 것, 심지어 중국을 견제하려다 미국의 발목을 잡은 ‘희토류’가 사실 미국에 자원이 없어서가 아니고 환경을 어마어마하게 파괴하는 ‘더러운 산업’이라 중국 끌려갈 수밖에 없는 현실,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것, 일본이 로봇과 자동화에 투자하는 것 모두 같은 맥락입니다.
개인을 탓하기 전에
그렇다면 지금 ‘요즘 애들’이란 프레임은 얼마나 모순적인가요? 국가도 기피하는 일을 개인에게는 마다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 이는 구조적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세대 갈등의 전형입니다.
따라서 '요즘 애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는 다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경제발전의 필연적 결과로서 산업구조가 변화했고, 교육정책과 사회적 기대가 이런 변화를 추동했으며, 개인의 선택은 이런 구조적 맥락 안에서 이뤄진다.
청년들의 힘든 직업 기피를 개인의 도덕적 해이나 정신의 유약함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시대적 변화에 맞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