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먹는 것과 자는 곳이 해결된다고 행복한 게 아니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약 4년간, 미국의 동물행동학자 존 칼훈(John B. Calhoun)이 진행한 "Universe 25" 실험을 아시나요?
4쌍의 쥐에게 최대 3,800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풍부한 먹이, 깨끗한 물과 위생적인 환경을 제공한 이 실험은 세 단계로 전개됩니다.
A단계(적응) : 쥐들이 환경에 적응하며 번식을 시작합니다.
B단계(폭발적 성장) : 개체수가 620마리까지 급증합니다.
C단계(침체와 붕괴) : 출산율이 급락하고 기괴한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풍부한 먹이가 있음에도 쥐들은 좁은 곳에 몰려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강한 수컷들이 넓은 공간과 많은 암컷을 독차지하는 '부유층'이 생겨나고, 좁은 공간으로 밀려난 약한 개체들은 육아를 포기하는 '빈곤층'으로 나뉩니다. 경쟁과 짝짓기 자체를 포기한 쥐들도 등장했습니다.
결국 '죽음 단계'에서는 개체수가 최대 수용 가능 숫자 3,800 마리에 미치지 못하는 2,200마리에 그쳤음에도 쥐 사회가 완전히 붕괴하며 실험이 중단됩니다. 칼훈은 이 현상을 "행동적 침몰(behavioral sink)"이라 명명했습니다.
50년 후, 우리가 마주한 현실
당시 칼훈이 이 결과를 인간 사회에 적용하려 했을 때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인구 증가를 걱정하던 시대였기에 '인구 감소'와 '사회 붕괴'를 연결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2025년 현재,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경제적으로는 과거 어느 때보다 풍요로워졌는데 말이죠. 더 놀라운 것은 이 현상이 전 세계적입니다. 유럽, 일본은 물론이고 이민자로 버티고 있는 미국, 심지어 인구 강국이었던 중국까지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칼훈의 쥐들처럼 현대인들도 물질적 풍요 속에서 '번식 의지'를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전문가들은 한국의 저출산 원인을 경쟁 사회의 스트레스, 육아비용 부담,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주거비 문제 등으로 분석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요인들을 자세히 보면 칼훈 실험의 패턴과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제한된 공간(도시)이지만 충분한 주거 시설과 먹이(돈)가 있음에도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개체들 간의 아귀다툼. 그 과정에서 도태된 개체들은 물론, 승리한 개체들까지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결국 번식 의지를 잃어버리는 과정 말입니다.
해답은 어디에?
칼훈의 실험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개체의 생존이 보장되더라도 사회적 환경이 건강하지 못하면 번식 본능마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주로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출산 장려금, 청년 주택 공급 같은 정책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먹이'와 '공간'을 더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 자체의 근본적 변화(경쟁 분위기 완화, 빈부격차 해소 등)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50년 전 한 과학자의 쥐 실험이 오늘날 인류 사회의 모습을 이토록 정확히 예측했다는 것은 우연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메시지일까요?
수년 전 취업을 앞둔 아들에게 난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아들은 "아니요, 없어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당연한 반응이었죠. 세파에 지쳐있던 나는 "굳이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 필요 없다. 그건 의무가 아니야"라는 말을 자주 했으니 말이죠.
그 뒤 수년이 지나 얼마 전, 이제 직장인이 된 아들에게 결혼에 대해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다시 묻게 된 것은 좀 더 나이드니 내 생각이 조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아들의 생각도 변한 듯했습니다. "결혼할 수 있으면 하려고요"라고 답하더군요. 그 말에 나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결혼 상대로 생각하는 그 여성도 너처럼 꿈이 있을 거야. 이 사회에서 이루고 싶은 꿈 말이야. 그 때문에 다들 그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낸 거잖아. 그런데 결혼이란 상대방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더욱이 자녀를 두면 돌보고 교육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써야 하는데... 그런 건 어떻게 할 생각이야?
너도 자라면서 우리에게 불만이 있었을 거야. 아마도 '왜 엄마 아빠는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을까? 왜 중요한 순간에 내 곁에 없었을까?' 하는 불만 말이야..."
대답 없이 침묵이 흐르는 비교적 짧은 순간, 아들 얼굴에 미묘한 감정이 스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