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가 알려주는 삶의 지혜
필자가 동양철학을 읽을 정도로 인격이 고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유시민 씨의 지혜와 통찰을 좋아하다 보니 그가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한 사마천의 『사기』 이야기를 무척 흥미롭게 보았네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전해 볼까 합니다.
유시민 씨는 ‘사기’를 읽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의문에 빠지게 된다고 합니다. "과연 이 세상에 ‘도’(정의라고 해도 되겠죠)라는 것이 있을까?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하늘의 도'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사기에 등장하는 백이와 숙제 형제는 왕권 후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내려놓고 의로운 삶을 택했지만, 그들의 말로는 산에서 고사리를 캐 먹다 굶어 죽는 비참함이었다 합니다. ‘안회’라는 인물 역시 공자의 제자 중에서도 가장 학문과 덕이 높고 청렴했지만, 능력을 채 발휘하기도 전에 요절했다고 합니다.
반면 또 다른 인물 ‘도척’은 호가호위 무병장수했다고 하죠. 그렇다면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사람의 살을 회 떠먹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잔인했던 도적때 출신의 악인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묻게 됩니다.
그렇다면 '도'라는 것이 정말 있는 것인가? 만약 이런 것이 하늘의 ‘도’라면, 그 도는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역사가 보여주는 더 큰 그림
그런데 사마천의 사기를 읽다 보면 결국 이런 걸 느낀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 속 사건을 넘어 더 긴 시간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지금의 현실은 불공정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세상은 ‘도’(정의)로 수렴한다는 것이죠.
이 영상에서는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마천과 같은 역사가의 존재라고 합니다. 역사가는 책을 통해 과거의 인물들을 평가하고, 후대의 사람들은 그 기록을 통해 먼 훗날일지언정 그들의 삶에 죄를 묻고 선을 칭송하게 된다는 겁니다. 백이와 숙제의 의로운 삶은 『사기』를 통해 오늘날까지도 추앙받지만, ‘도척’ 같은 악인들은 역사 속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기억된다는 거죠.
양심이라는 내적 심판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한 편의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사탄이 두려워한 대장장이'라는 작품인데 이 영화에는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합니다.
악마가 인간들을 유혹해 죄를 짓게 만들고 지옥으로 끌고 가려 하는데, 정작 지옥문 앞에서는 수많은 인간이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며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그 광경을 바라본 악마가 혀를 차며 주인공(대장장이)에게 말합니다.
살면서 죄를 지은 인간들이 죽어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 지옥 앞에서 아직 문도 열리지 않았는데 서로 들어가려 한다.
솔직히 이제 나이 든 내게 심심했던 이 동화는 이 장면만큼은 신선했습니다. 괜히 오랜 세월 구전되는 설화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결국 이 설화가 전하는 바는 우리 인간에게는 내면의 심판관이 있다는 것, 당장은 죄가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양심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평안은 없다는 거죠.
다시 한번 게임이론이 증명하는 선의 힘
사마천의 통찰은 현대의 게임이론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우리 인간 사회가 여전히 이기적 욕망에 불타는 '약탈자'나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배신자'들에 정복당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선을 베푸는 '공여자'와 받은 대로 반드시 돌려주는 '응징자'들 덕분이라는 겁니다. 그 대표적 사람이 이번 회차의 ‘사마천’이며,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현자와 선각자, 철학자, 위대한 지도자들, 우리 사회가 위기에 몰릴 때마다 자신의 안위를 뒤로 하고 목소리를 냈던 그 평범한 사람들 덕분에 악은 결국 응징받고, 선은 보상받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사마천이 『사기』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 또한 결국 이것이라는 겁니다. 세상이 불공정해 보일지라도 '도'는 분명히 존재하며, 우리 각자가 그 ‘도’를 실현해 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를 낼 용기는 없는 사람들이라도 그들은 마음속에 ‘부채 의식’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고, 설사 살아생전 미처 그 부채를 갚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지옥문 앞에서 나를 데려가라는 그 ‘양심’이 우리 마음에 존재하는 한, 우리 인간 사회는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영감을 준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