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짐승보다 나은 존재인가?
우리가 짐승 보다 나은가?
시카고 대학의 한 실험실에서 벌어진 놀라운 장면이 있습니다. 한 마리의 쥐가 투명한 통 안에 갇혀 고통스러워하는 동료를 보고 있습니다. 이 자유로운 쥐 앞에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갇힌 동료를 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맛있는 초콜릿을 먼저 먹는 것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자유로운 쥐는 초콜릿을 먼저 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료가 들어있는 통을 먼저 열고 초콜릿을 나중에 먹는 행동을 높은 빈도로 보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유로운 쥐가 갇힌 쥐를 구한 후, 대부분의 경우 초콜릿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실험 결과가 놀라운 이유는 쥐처럼 인간에 비해 열등하다고 여겨졌던 동물에게도 공감과 이타심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즉, '공감과 이타심'이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상호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입니다. 1971년 생물학자 로버트 트라이버스(Robert Trivers)가 제시한 이 이론은 상호 이타적 행동이 어떻게 자연의 선택을 받았는 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 이론을 쉽게 말하면, 남을 돕는 개체가 결국 남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생존에 유리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적자생존'의 원칙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공감능력을 가진 개체들이 서로 도우며 집단 전체의 생존율을 높이고, 결국 이런 특성을 가진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져 온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쥐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는 물론이고, 포유류 보다 훨씬 단순한 생물로 여겨왔던 거북이에게서도 이런 행동이 발견됩니다. 육지 거북이의 경우 동료가 뒤집어져 있으면 근처에 있던 다른 거북이들이 달려와 바로 세워주는 행동을 보인다고 합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런 도움을 주지 않았던 개체가 나중에 자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관찰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진화적 통찰을 바탕으로 현재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우리는 점점 공감과 이타심을 등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국영수'와 입시 성적이 모든 것을 압도하면서, 인성교육, 공감교육, 윤리교육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배우고, 타인을 돕는 것은 '손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협력보다는 개인의 성취가, 공감보다는 자기 이익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합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 앞에서 '폭식 투쟁'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건강한 자녀를 둔 학부모들 앞에서 장애인 학교 설립을 위해 무릎을 꿇고 애원해도 '집 값' 하락 우려에 거부당합니다.
노동자들이 만든 재화를 누리면서도, 그 재화를 만든 노동자 앞에서 자신의 자녀들에게 "너 공부 안 하면 저꼴 난다"며 모욕을 줍니다. 그들이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비명을 지르면 "그 모든 게 네 탓"이니 조용히 하라고 합니다. 심지어 그들의 쪽박을 깹니다.
대기업의 갑질에 눈물을 흘리는 하도급 업체 사업주나 가맹점주에게는 "너도 사장인데 뭐가 그리 불만이 많냐? 계약서도 못 읽냐? 그럴 줄 몰랐냐?"라고 비아냥거립니다.
이처럼 우리는 이웃의 비명에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입으로는 독을 뱉습니다. 과연 우리가 짐승보다 나은가요?
이제 우리는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계속해서 경쟁과 개인 성취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몰락'의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공감과 협력의 가치를 되살려 진정한 '생존'의 길을 걸을 것인지 말입니다.
동물들조차 보여주는 공감과 협력의 지혜를 인간이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진화적 퇴보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개인이 뛰어나더라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아니 우리는 '홀로'는 아무것도 이룰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 남은 원동력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협력이었습니다.
진화학적으로 오랜 시간 생존한 개체는 그저 육체적으로 강하거나 두뇌가 똑똑한 개체가 아니었습니다. 오래 생존한 개체들은 서로를 돌보고, 함께 성장하며, 위기의 순간에 손을 내미는 개체들이었습니다. 이것이 수억 년 진화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가장 소중한 교훈입니다.
이 글에 영감을 준 자료들
Helping your fellow rat: Rodents show empathy-driven behav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