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책 한 권을 건네주었다. 분홍빛 책표지를 보니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노래가 떠올랐다.
익숙한 얼굴의 아나운서, 문득문득 소년의 얼굴이 보이는 언어의 마술사 같은 김재원님의 책이었다. 교회에서는 장로님으로 종종 뵈었던 분이 쓴 책이라 읽기 전부터 설레었다.
13세의 나이에 엄마를 여의고, 최근에는 장모님을 떠나보낸 저자의 슬픔이 책을 통해 전해졌다.
'슬픔은 일상의 한 단면일 뿐이지만 충분한 애도를 통해 다스리면 평범함 속에서도 위대함이 나올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미국 소설가 리처드 포드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애도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최근 나는 내담자 경험을 통해, 오랜만에 만난 교회 친구와 속마음을 나누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전히 매체를 통해 엄마와 관련된 내용을 접하면 눈물이 고인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날 때 눈물을 참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도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작가는 책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개한다.
'조르바는 언어의 감옥에 자신을 가두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털어놓으며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조르바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합니다. 그들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합니다. 조르바는 행복의 조건을 쌓지 않습니다. 그냥 느낌으로 행복을 받아들입니다. 조르바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자유를 누립니다. 미래에 연연하지 않고 과거에 얽매이지도 않습니다. 조르바의 가르침은 눌림이 아니라 누림입니다'
예전에 읽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내용도, 그때의 느낌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는 서두르지 않고, 조르바를 상상하며 읽으려고 한다.
'용기는 위기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위기를 위기라고 인정하는 자신감입니다'
작가는 삶의 고비고비마다 위기를 위기라고 인정했던 것 같다. 벗어나려는 몸부림에서 위기의 상황을 바르게 인지하고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에 힘쓰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올해는 대학원 수업과 상담수련으로 분주할 것 같다. 분주함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하루하루 배움에 감사하며 그 시간들을 누리고 싶다. 누리지 못한다면 버티기라도 하자. 정 어려우면 쉬어가자. 위기를 위기라고 인정하면서 말이다.
밥 먹을 때마다 손을 들어서 보라고 하더군요. 내가 먹는 음식이 800cc 크기의 손 하나만 한 위에 다 들어갈 수 있을지. 먹은 것보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살이 찌지 않습니다. 말한 것보다 조금만 더 들으면 세상이 당신을 다르게 봅니다."
작년 추석 때 몸무게가 2.5kg 불어난 후 그대로다. 몸이 무거워진 게 느껴진다. 밥 먹기 전 손을 들어 보고, 먹은 것보다 조금 더 움직여야겠다. 야채 먼저 먹고, 많이 씹고, 밥 먹은 후에는 조금 더 움직이자.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세상이 나를 다르게 보는 것은 필요하다. 말한 것보다 더 듣자. 움직이는 것도, 듣는 것도 그저 '조금 더' 하자.
작가는 마포에서 한강대교를 걸어 여의도로 출퇴근하며 마음속을 털어낸다고 한다. 나도 매일 털어내는 행동이 필요하다. 따라 해야겠다.
우리 엄마도 연분홍 치마를 입고 봄길을 걸었겠지? 엄마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있었을 거야.
엄마,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꼭 안아요.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말이에요.^^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