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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d Sep 06. 2018

민낯의 민낯(더 스퀘어 2018)

영화 속 '예술' 돋보기 

 인간 행위의 기본 전제는 선(善)이다. 선이란 인간의 행복, 발전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포함한다. 비단 인간뿐만 아니다. 동물의 행동 역시 본능적으로 동족을 해치지 않고 번영하는 쪽으로 행동을 한다. 때때로 인간은 그 기본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순수를 잃어버린 예술은 때때로 그 도구로 작용한다. 


 다른 종들을 지배하게 된 인간은 탐욕하기 시작했다. 성적 쾌락을 탐하고, 더 많은 재물을 탐했으며 다른 이들을 시기, 질투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성기를 가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일 것이다. 성경에서 언급된 선악과는 ‘탐욕’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탐욕하게 된 최초의 인간들은 그렇게 쾌락추구와 죄의식 사이에서 갈등했을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생각한 것. ‘가리기’다. 그들은 쾌락의 수단인 성기를 가렸다. 또한 점차 가중되는 탐욕의 죄를 가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예술’이다. 



 영화 ‘더 스퀘어’에서는 탐욕의 가림막으로 전락한 예술의 위선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 그에 따라 영화 속 주인공인 유명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이 입고 있던 허울 좋은 옷 역시 한 올 한 올 벗겨진다.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가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현대인, 현대 사회가 입고 있는 위선 두꺼운 옷을 한꺼번에 벗기지 않고, 천천히 한 겹씩 벗겨 수치심을 극대화한다. 



 고고한 예술 세계의 정점에 있는 크리스티안은 파티 자리에서 다짐한다. ‘여기자와 자지 않겠다고.’ 그러나 결국 잔다. 입고 있던 좋은 옷이 사라지고, 고고한 식견도 소용이 없어진다. 두 남녀만 남는다. 영혼 대 영혼. 그러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명망, 허례 의식에 의존했던 크리스티안에겐 발가벗은 상황이 익숙하지 않다. 그에게 남은 건 자신이 태생적으로 고고하고 다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뿐이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정액에 집착한다. 곧 쓰레기통으로 떨어져 버릴 허상에 불과한 것임에도 말이다.


 

 민낯이 익숙하지 않은 건 크리스티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삶을 그리는 예술의 문제이기도 하다. 크리스티안이 맡은 전시회 홍보 영상에 문제가 생긴다. 영상 제작을 맡은 업체는 자극적인 영상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자 했다. 그 결과 ‘신뢰와 배려의 성역’인 전시회의 상징인 사각형 안에 들어간 떠돌이 소녀를 터뜨려 버렸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소비했다.’ ‘잔인하다.’라는 비판을 받고 크리스티안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제작자들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예술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예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슬픔과 분노를 소비한다. 사회의 부조리와 부당함 역시 그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해결된다. 미술관측에 정말 불편했어야 한 건, 영상이 ‘잔인’하다는 게 아니라,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일 것이다. 치장에 익숙한 예술은 이렇게 자신의 민낯도 잘 알아보지 못한다. 



  예술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예술은 일상의 삶과 분리될 수 없으며 일상과 긴밀하게 유대하며 서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행위는 선(善) 해야 하며, 인간의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더 이상 예술은 가림막으로 이용되어선 안 된다. 위선과 모순을 벗어던져야 한다. 인간의 추함과 탐욕을 드러내고 민낯의 민낯 자체를 아름답게 꾸며주는 수단이 돼야 한다. 벗어던지는 것은 더럽고 음탕한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 예술, 위선이라는 옷으로 자신들을 꽁꽁 싸매고 벗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 사람들이다.   


 영화 서두에 무심하게 노출된 'you have nothing'. 

 긴 러닝타임에 걸쳐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단순한 단순한 진리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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