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기라.
로마시대 퀸투스 호라티우스가 한 말이란다.
나는 이리 말하고 싶다.
순간을 만끽하라.
세상에, 로마 적 말을 여즉 쓰다니.
것도 기원전 35년경.
하루면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지는데.
싫은 일, 나쁜 일, 위험한 일, 언짢은 일, 화나는 일, 엿같은 일, 갈구는 일...
그 긴 오늘을 어떻게 다 즐겨?
오늘 다음 또 오늘, 또 오늘 또 오늘...
그 많은 날을 또 어떻게 다 즐겨?
암만 시라도 너무 한 거 아녀?
불가능한 거잖아.
아님, 딴 뜻으로 읊었거나.
그니까 허구한 날 어쩌다 입으로만
까르페 디엠, 까르페 디엠, 까르페 디엠.
게다가,
자꾸 까먹고, 듣는 사람은 먼 뜻인지도 모르잖아.
영어도 아니고 라틴어를 우리가 어캐 알어.
검색해도 오늘인지 현재인지, 즐겨라인지 즐기라인지 즐기자인지 헷갈리고.
먼 말이, 짧은 말이 이렇게 어려워.
그니까 맨날 원어로 못 적고 한글로
까르페 디엠, 카르페 디엠,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기라 각주까지 달아야 하고.
순간을 만끽하라.
2020년 새천년 시대 내가 한 말이다.
무려 2,055년 후에
코로나 시대 후진국 이태리 로마 아닌 최선진국 우리나라 가매기 삼거리에서.
것도 세종대왕께서 맹그신 한글로.
이건 수시로 즐길 만하더만.
외치지 않아도 절로 우러나더만.
그럼 그 기운이 며칠 가더만.
어디서고 쓸 수 있더만.
외울 거 없고 금방 알아 듣더만.
누가 벌써 말했나?
했으면 뭐해 글로 써 놔야지.
누가 글로 썼나?
썼음 뭐해 논리와 근거와 이유가 있어야지.
누가 그랬나?
그래도 내 거가 더 그럴듯 할 수도.ㅎㅎㅎ
아님 말고.
2020. 07.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