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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Sep 03. 2023

네 번째 의료 사고

대학병원



ㅡㅡ첫 번째 의료 사고



10여년전. 축농증 대수술. 25년여전에 이은 두 번째 동일 질환 대수술. 퇴원 이 주 후쯤 집에서 세수하는데 코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쑥 빠지며 뻥 뚤리는 느낌. 세면대를 보니 시커먼 직사각 뭉치 세 개. 만져 보며 자세히 살피니 지혈 방지용 솜뭉치. 피와 체액에 절고 썩은 듯 온통 시커멓다.


쓰벌


그러지 않아도 수술했어도 콧물이 줄줄 흘렀고 통원 치료해도 낫지 않았다. 수술이 제대로 된 건가 의심했었다. 의사에게 까맣게 썩은 솜 보여 준다. 콧속 사진 보니 도져서 새끼 포도송이 닮은 흰 물집 투성이. 솜이 녹아 없어지는 건데 안 녹은 게 문제라고. 그렇다쳐도 깊숙히 내시경 검사까지 했는데 이걸 발견 못 했냐니까 죄송하다고. 무료라며 재수술 하잖다. 무슨 사고 또 내려고. 믿음이 안 간다. 인근 대학병원에 친구 의사가 있었다. 마침 그 병원에 축농증 수술 명의가 있다고 적극 추천. 거기서 재수술 성공


입원중 같은 병실에 조폭 환자. 자기한테 맡기면 합의금 두둑하니 뜯어낼 수 있다고. 불쉿. 시대가 어떤데 같이 조폭돼 경찰서 갈 일 있나. 병원에 항의했고 과실 인정, 재수술 비용만 보상 받고 끝냈다



ㅡㅡ두 번째 의료 사고



동일 병원. 10년전쯤. 여동생. 척추 하부 마디가 곪아 수술. 수술 직후 하지 마비. 사진 찍어보니 마디 사이 인공 받침물이 삐끗해 신경을 누른 거.


씨바알


무려 12시간 후 재수술. 신경이 죽어버렸는지 하지 마비가 풀리지 않았다. 한 달여 옴쭉달싹 못 하고 대소변 받아내고.

더 이상 차도가 없어 재활병원. 마비가 서서히 풀렸으나 대소변 기저귀는 여전히


형제들 대책 회의. 원래 지병으로 요양원에 계속 있었다, 결혼 안 해 기초수급자로 평생 무료 치료, 무료 요양원. 척추 수술비 부족분도 병원이 긴급 의료 자금 알선해 해결, 간병비 두어 달 들었지만 이 또한 정부 매월 지원금 모았던 거로 해결, 앞으로도 큰돈 들 일은 없다, 다 나라 덕, 건보 및 장기요양보험 덕. 그리고 수술 꺼리던 의료진에게 너무 아파하니 수술해 달라고 부탁했던 점, 무엇보다도 하지 마비가 조금씩 낫고 있다. 억울하고 동생이 가여운 마음이 앞서 의료 소송 알아보다가 큰틀에서 포기하기로.

이후 하지 마비가 풀렸으나 대소변은 기저귀



ㅡㅡ세 번째 의료 사고



어쩔 수 없이 동일 병원. 작년 1월. 협심증 증상. 촌각을 다투니까. 저녁 해 지기전 입원했는데 다음날 아침까지도 검사만. 그사이 인터넷 검색하니 불안정형 협심증. 심혈관이 막혔다, 뚫렸다 하는 상태. 하시라도 콱 막힐 수 있고 그러면 심장마비. 이러다 죽겠다 싶어 화 치밀어 큰소리로 다른 대학병원 알아보는데 그걸 엿듣고는 의사 왔다며 바로 시술한단다. 관상동맥에 스텐트 셋 박는다.


쓰벌


스텐트 하나가 대동맥 내부쪽으로 6mm 삐쳐 나왔다. 시술중 맨정신이라 의사가 젠장 하는 소리 들었다. 어쩌구 저쩌구 가기들끼리. 잘못됐다는 거. 의무 기록지 살펴 보고 확인


응급실 도착 후 시술까지 16시간이나 지체해 심근 일부 괴사. 욕 나왔지만 항의는 안 했다. 설 명절 전날 저녁이라 인턴, 레지던트밖에 없었던 거. 튀어나온 스텐트는 실수. 어쩌랴. 살아 있음에 감사, 대학병원 10분 거리에 주거인 걸로 위안 삼을 수밖에



ㅡㅡ네 번째 의료 사고



동일 병원. 조기위암. ESD 내시경적점막하박리술. 외과 수술 아니고 내과 시술. 위점막 지름 2cm, 깊이 1.5mm 포 뜨듯이 도려내는 거. 전문 시술 의사 둘씩이나 있고. 그래, 이 정도야 별일 있겠나 싶어 여기서 하기로


헌데


엥, 다른 의사가 한다고. 바로 의료 사고 세 건 말하고 경험 많은 누구 아니면 당장 퇴원하겠다고 하니 주치의 교체

우대 바라는 거 아니고 살려고 이러는 거


시술은 사고 없이 성공리에 끝났다. 시술중 출혈 잘 잡았고, 천공은 없었다. 새 주치의는 내게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고 지켰다. 어제 퇴원



ㅡㅡ환자 3공



그간  대학병원에 화가 매우 났었다. 4번째까지 겪고 나니, 특히 마지막 의사 즉 때꾼한 박 교수를 만나고 나니 근본은 의료 시스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의사들이 작금에 이르러 시스템에 몸을 갈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스템이란

이익을 내야 하는 병원

쥐어짜는 건보

건보료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

그걸 표로 보는 정치인

의사는 어떻든 살려야 하는 의무


시스템의 부작용 중 대표적인 것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소위 비인기과 즉 기피과들이 개선은 없고 해가 갈수록 자꾸 늘기만 한다

급기야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응급 상황에 의사가 없어 병원 찾다가 사망했다는 뉴스 속출

유례 없는 추종 불허 세계 극저 출산율에도 산부인과는 벌써부터 기피과 1순위라 큰 도시 아니면 병원 없어


의료 시스템 관계자들이 문제의 짐을 의사들에게 떠넘긴다는 느낌

의사들 몸으로 때우기가 한계에 다다른 느낌

왜냐면 쥐짜는 건보, 인상은 노땡큐 국민, 득표 정치인 변화 없고,

환자가 대학병원에 넘쳐나도

5대 대학병원조차 가까스로 이익 내고

점점 더 환자 대학병원에 쏠리고

그걸 다 몸으로 받아내야는 의사들

그러니 의사가 시스템에 갈린다는 표현


내 병을 고쳐야 할 의사가 먼저 지쳐서야 내게도 좋을 건 없다

그렇다고 대수술이 필요한 의료 시스템을 범부인 내가 뜯어 고칠 수도 없다

언젠간 개선되리라는 믿음

하지만 그전이 문제

누구든 하시라도 아프고 시술, 수술해야 할 수 있다

해서 나의 생존 전략


♤ 환자 3공


1.내 병 공부

2.내 병 잘 고치는 병원 공부

3.그 병원에서 내 병 잘 고치는 의사 공부


공부라고 해봤자 별거 아니다

길은 가까이 정도 이니라 손 안에 있다

인터넷과 유튜브

짧으면 30분, 궁금하면 몇 시간

전문의만큼 알 필요 당연히 없다

그들이 전문가이고 횐자는 돈 내고 서비스 제공 받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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