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다음날 아침
죽 맛나게 먹고 변
시커멓다
닦은 휴지에 묻은 색은 흰 바탕이라 더욱
짜장면 색
사진 찰칵 두 장
퇴원 주의 사항
합병증 출혈
흑변, 혈변 보이면 즉시 응급실로
말 잘 듣는 나
시킨대로 응급실
충실히 알린다
변의 색, 어제 퇴원, ESD 위내시경적점막하박리술, 시술 부위 위 상단 중앙
응급실 침대 누우니 간호사 왼팔서 피 뽑아. 혈액 검사용
여의사. 오른팔은 동맥이라며 산소, 이산화탄소 검사해 출혈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항문에 손가락 넣어 흑색변 확인
남자. 이동식 엑스레이. 들숨 멈추고 가슴 한 장, 날숨 멈추고 배 한 장
ㅡㅡㅡ
위 세척해야 해요
왜요?
응급실 매뉴얼입니다
존중합니다. 근데 위 출혈에 왜 위 세척? 내시경 넣고 지혈 아닌가요? 몰라서 묻는 겁니다
혈액 새는 지 봐야 해요
새잖아요.흑변. 그래서 왔잖아요. 어제 퇴원 때 즉시 오라고 했어요
얼마나 새는지 알아야 해요
위 세척 어떻게 하는 거죠?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관을 코로 해서 위까지 보내고 물을 넣어요. 물을 다시 뽑아내서 혈액이 물에 섞인 정도를 보고 출혈 여부, 출혈량 판단합니다
속으로, 농약 먹고 자살하다 응급실 실려 오면 하는 거 아님? 가져 온 물 보니 1.5L쯤 2개. 뭐라고, 저걸 다 넣는다고? 대장 내시경 전에 장 세척할 때 저거 반가량 입으로 삼키기도 벅찬데 빵빵 복어 배 풍선되겠군. 것다 코로 관을 꾸역꾸역. 통증, 구토.
마취 해요?
안 합니다
아프고 토할 거 아닙니까?
.....
그걸 왜 해요? 출혈인 거 다 알잖아요. 양도 검사한 거와 내 지금 상태만으로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잖아요
지금 급한 건 위 세척 관 아니라 내시경 관 넣는 거 아닌가요? 정 필요하면 위 세척 말고 다른 방법으로 해주세요
현대의학으로는 이 방법 밖에 없습니다. 거부하시는 겁니까?
거부 못 하지요. 그렇다고 승락도 어렵네요. 왜 나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겁니까?
병원에서 환자에게 고통을 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그러고 있잖아요. 수면 내시경 넣고서 보고 지혈하면 고통 없이 금방 끝인걸 쌩으로 관 밀어 넣고 위에 두 통이나 들이붓고 빼내고 그거 고통 아닌가요?
환자분은 말이 안 통하네요. 보호자분!
이보세요. 의사 선생님. 저 정신 멀쩡하거든요. 당사자 냅두고 왜 보호자 찾아요. 치료 받는 건 나예요. 이거도 이해 안 갑니다. 당사자 제끼고 보호자만 찾는 거
매뉴얼입니다. 위 출혈, 위 세척, 그다음 입원. 위 세척 거부하면 입원 시킬 수 없어요
위 세척 말고는 모든 검사 다 협조했잖아요. 그거와 내 멀쩡한 상태만으로도 위 세척 필요 없다는 거 서로 다 알잖아요
안 하면 위험할 수 있어요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응급실 온 거구요. 하지만 위 세척은 아닙니다. 빨리 내시경 치료 받을 수 있게 조치해 주세요
그럼 위 세척 안 하는 위험 부담 하실겁니까?
당연하지요. 내가 위 세척 못 한다고 했으니 그로 인한 위험은 제 부담. 하지만 그전에 내시경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빨리 조치하는 게 우선 아닐까요. 원인이 뻔하니 치료에 집중해야겠지요
조용히 말씀해 주세요
그쪽에서들 먼저 언성 높였어요. 하지만 맞는 말입니다. 조용 조용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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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한참을 자기들끼리 상의, 위장관내과 병동과도 통화하더니,
위 세척 안 하고 입원 결정
내시경 치료는 병동에서 알아보는 중이라고
병실 배정 받는다
상대했던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 일일이 찾아 다니며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인사 거듭
병동 오니 응급 아니고 오늘은 일요일, 내일 오전 내시경 치료한다고. 그 사이 과다 출혈 확인 목적으로 4시간마다 피 검사. 응급 상황 발생하면 즉시 치료 한다고. 그거야 삶이 늘 그랬듯이 몸과 운에 맡길 수밖에. 위 세척 했어도 결과는 대동소이였을 거
헌데 난 왜 휴일을 골라 아프지? 작년 심근경색 때도 설 연휴 첫날이라 병동서 밤새 사경을 헤메다가 아침 되어서 죽겠다 싶어 다른 병원 알아보니 그제서야 교수 나타나 시술 받았구만. 이번도 평일이면 보다 순탄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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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응급실서 두 시간여 간호사 둘, 다음 인턴 그다음 레지던트까지 의료진 4명 : 환자 1명 위 세척 : 안 세척 대설전
오늘도 승전보 올리오ㅎㅎㅎ
허긴 임상 강사는 교수 아니면 퇴원할래요 승부수 단 한 수에 바로 손 들고
교수는 두 손 모아 감사 표시까지 했구먼
까짓 졸개들이야
웃자고 하는 소리란 걸 알것이오만
모두 다 국민 건강 위해 고생 많으신 고마운 분들
믹서기 모냥 의료진 갈아넣는 의료 시스템 속에서 고군분투 하시는 분들
특히나 응급의료센타
♧ 주의
함부로 따라 마세요
어설프면 응급실서 쫒겨납니다
내공 쌓여 밀당 수준 되어야
여튼 다 환자 3공 덕이라오
1.내 병 공부
2.내 병 잘 고치는 병원 공부
3.그 병원에서 내 병 잘 고치는 의사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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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 회진 1인
레시던트나 전임의인듯. 퇴원 후 출혈은 지연 출혈이라고 있을 수 있는 거라고. 예, 주치의 교수님께서 최선 다 하신 거 알아요, 감사하고 있습니다. 피 수치 어제 퇴원 때와 비교 1 정도 조금 떨어졌고 걱정하지 말라고, 내일 월요일 오전에 주치의 선생님이 내시경으로 확인할 거라고. 그사이 혹시 응급 생기면 지체없이 내시경 치료죠 물으니까 물론이라고. 믿음이 가니 안심 된다
내시경
시술 부위 이상 없다고. 흑변은 ESD 시술시 잔여혈이라고. 저녁부터 밥. 최초 입원부터 일주일 내내 금식, 죽 몇 끼였다가 만 일주일만에 첫 밥. 이런, 밥이란게 삶의 포상이었구나. 아끼어 한 술 한 술 뜬다. 내일쯤 퇴원하겠군
퇴원
아무 이상 없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