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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mBom Mar 30. 2024

I   프 롤 로 그   I

MONO PROJECT ARCHIVE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보다는 버리는 사람에 가깝다. 하나를 꾸준히 모으는 수집가적 면모가 있거나 특정 물건에 정통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유난한 성격과 더불어 집안 분위기 탓에 어린 시절부터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있어야 하고, 주변의 물건을 줄 맞춰 정돈하는 일에서 묘한 안정감과 뿌듯함을 느끼며 살아왔다. 다만 버리는 것에 익숙해진 건 혼자가 되면서부터 생긴 습관이다. 좁아져 버린 집 때문에 꼭 필요하다 싶은 것을 제외하고는 소유하지 말자로 노선을 바꿨다.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밀어버리는 물건들이나 서랍으로 들어가 버릴 물건이라면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계절마다 의식과도 같이 버리는 날을 만들어 정리를 해왔다.


여기에 기록된 물건들은 그럼에도 버려지지 않고 살아남아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오랜 시간을 같이하며 추억이라는 이름을 업고 있는 것도 있고, 반짝이고 탐이나 가지고 싶은 마음 혹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대변한 욕망의 것도 있다. 결국 살고자 하는 삶의 방향들의 모음 아닐까 싶다.


물건이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은 업으로 삼고 있는 일에서부터 이어온 생각이다. 사람들의 소비를 관찰하고 따라가며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무수히 많은 정보들을 쏟아내 왔다. 같은 업에 15년을 넘어 일을 해오면서 주목받는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로 쏟아낸 것들 안에는 우리가 흔히 들어본 휘게, 킨포크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와 욜로 등의 단어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볼수록 지금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종종 답이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들여다보고 있던 것은 빨강이 유행하고 노랑이 유행하는 휩쓸리듯 몰려왔다가 금세 사라지는 패드(fad, 일시적으로 유행하는)적 현상을 따라가려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씩 일의 경험이 늘어날수록 트렌드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궁금해했던 건 사람들은 요즘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라는지, 그래서 무엇을 선택하고 경험하며 돈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일상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것들, 기본적인 생활의 필수품일지라도 사용의 의미와 취향에 따라 기호품 혹은 사치품으로도 소비를 확장할 수 있는 물건들을 통해 삶의 욕망들이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무언가 결심을 하면서 사고, 모으고, 버리고, 다시 채우고를 반복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손때 묻고 애착으로 가득해 수십 분이고 추억 이야기로 떠들 수 있는 물건에 쓰임이라는 단어를 붙여 기록해두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 등장하는 물건들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삶에서 저만치 멀어지기도 혹은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기도 할 터이다. 그때의 내가 또 그러한 방향으로 살아감을 선택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 선호에 의해 선택되고 쓰인 물건들이지만, 물건 안에 담긴 이야기에 당신의 추억을 일으키고 발견이 되기도 하는 공유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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