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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8시 출근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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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수 Feb 03. 2022

그래, 너 잘났다!

옳은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싸가지는 없다.

"옳은 말을 해도 싸가지 없게 한다"는 소리를 듣던 유시민 씨는 이제 따뜻한 감성의 작가가 되어 마음껏 자기 쓰고 싶은 책도 쓰고 여행도 하며, 예능이건 시사건 나가고 싶은 방송에 나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맘껏 하면서 자신의 현재를 충실히 누리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인상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정치인으로 살 때는 상대편 진영의 사람들을 그 현란한 말솜씨로 '작살'을 내가며 싸움의 달인으로서, 투사로서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주며 심지어 같은 진영의 사람들마저 저 말을 할 정도로 예리하고 뾰족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당연히 웃을 일이 많아서 그렇지 않겠는가. 물론 요즘도 첨예한 정치 평론을 할 때는 그 날카로움이 여지없이 드러나곤 하는 걸 보니 본성은 어디 안 가나 싶기도 하다.


나도 한 때 그랬지만 직장에서 받는 부당한 대우나 제도에 대해 유독 못 참고 따지는 유형들이 있다. 잘못된 것을 바르게 고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옳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거나 전달하는 방식은 좀 많이 세련되고 여유로우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목적은 잘못된 것을 바르게 고치는 것이지 내 성질을 시원하게 부리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지 참아보려 했는데 도저히 안돼서 폭발하듯 터져 나오거나 물리력이 아니면 아예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지만 그냥 좀 쎄 보이고 싶어서 필요 이상의 불쾌감을 드러내는 경우는 안쓰럽기조차 하다.

본인의 논리나 표현력의 결핍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말이다.


"제가 뭐 여기 청소하러 왔나요?"

"그걸 왜 저만 해야 돼요?"

"자기가 선임이면 선임이지 왜 명령조예요?"

"언제까지 참으면 되는데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게 아니라서 직무 변경 없으면 여기 더 있을 이유가 없죠"


이게 다 한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다.

한꺼번에 한 말은 아니고 차곡차곡 마일리지 쌓듯 적립한 것들이다.

그 사람이 지적한 내용이 틀려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가 문제였다.

자기의 직장을, 직장 동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투와 시선과 자세가 보여준다.

이쯤 되면 뭔가 바꿔서 함께 발전해보자는 사람이 아니라 싸우자는 사람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알버트 매러비언(Albert Mehrabian)은 전체 의사소통의 단 7%만이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고 38%는 음조나 억양 등의 말투, 즉 청각적 요소를 통해서 그리고 나머지 55%는 몸짓, 자세, 표정 등 시각적인 이미지로 전달된다고 했다. <매러비언의 법칙>

 

회사의 제도나 규정도 결국은 사람을 통해 실행된다.

그것을 바꾸는 것 또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상대할 때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예의나 존중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정말 이기고 싶으면 먼저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업종 자체의 문화인지, 그 기업의 문화인지 정도는 파악하고 그 동안 변화가 있었는지,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있는지는 따져보고 나서 건의를 하건 머리띠를 매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어떤 직장이건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다. 단언컨대 세상에 그런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구글 정도면 모를까...). 직장 뿐 아니라, 가정도, 사회도, 심지어 친구나 가족 사이도 '나만' 편한 관계는 없다.


결국 그 직원은 수습을 막 끝낸 뒤 4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자진 퇴사했다.

이직 지원을 한 회사에서 전화 모니터링이 왔는데 차마 있는 그대로는 말 못 했다. 초보의 실수였을 수도 있으니까.

덕분(?)인지 그 회사에 입사를 하고 6개월쯤 지났을 때 다른 장소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나와 시선을 잘 맞추지 못했다.


그리고 1년이 되기도 전에 다시 그 회사를 떠났다는 소문이 들렸다.

더 나은(?) 직장으로 가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하던데 지금쯤 잘 맞는 곳을 찾아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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