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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그레 Nov 18. 2024

못난 남자의 '아찔했던 위기'

만만치않은 세상

상경 시점, 나는 고시원 생활을 3개월 정도 했었다. 대학원 생활 시기에도 고시원 생활을 했었던 나는, 상경 후에도 고시원 생활을 하는 게 꽤나 답답했었다. 그 땐 뭐가 그렇게 급하게 했는지, 수중에 모아둔 돈도 없으면서 무작정 전세를 찾았다.


중소기업전세대출 제도를 이용해서 '전세대출 100%' 가능한 전세 원룸을 알게 되었고, 의심은 되었지만 괜찮다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을 믿고 계약하게 됬다. 지금 생각하면 고시원보다 조금 큰 크기, 6평 정도 크기의 원룸이 1억하는게 너무 비싼게 아닌가 싶다.


무튼 나는 첫 회사를 퇴사하고 전세 계약기간이 남아, 이 전세방을 남겨둔채 이직처 근처에 월세방을 구했다. 이자도 나가고, 월세도 나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강행해야하는 상황이었고, 대출 이자가 싸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계약기간이 끝나기 3달 전, 나는 재계약 불가 의사를 밝혔다. 관리 겸 부동산 중개업을 한다는 사람은 다음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갔다. 나도 그 사이 근처 부동산에 전세를 올렸다. 그러나 계약기간 만료 날까지, 임대인은 돈을 못 준다는 말만 했다.  그리고 집주인은 원룸 건물을 지어 임대업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전세금으로 다른 건물을 짓고 있는데 그것마저 멈춘 상태라고 얘기했다.


그 시점이 전세사기가 터진 시기라 불안했다. 원룸 임대사업이 전세금을 받아 돌려막기식으로 전세방을 사들이는 전세 사기와 비슷한 구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때부터 위기를 감지했다. 주변에 법률관련 지인도 없을 뿐더러, 내가 이렇게 휘말릴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불안감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직처에서 업무 분배 문제와 인간 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해 찾아보는 건 무리였다. 하루라도 빨리 어떻게든 처리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 임대인은 배째라며 다음 임차인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못 준다고 도리어 화를 냈다. 너무 화가 났다. 하루하루가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그래도 나는 죽더라도 이 돈만은 돌려받고 죽자고 결심했고, 죽더라도 내 똥은 내가 치우고 죽겠다며 이를 갈았다.


결국 나는 이직처에 1년된 시점에 퇴사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법적 조치를 준비했다. 무료법률상담을 받아봤지만, 실질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법무사나 변호사에게 법률상담을 사비들여 받고 종합적으로 생각했을 때, 임대인의 재산을 알아내고 소송을 준비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참 전세사기가 많이 터졌던 시점이라 그런지 인터넷에 셀프소송에 대한 정보가 다행히 많았고, 다양한 커뮤니티와 블로그의 도움을 받아 소송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법적 조치를 모두 준비하고 등기를 건 시점, 임대인과 관리인 겸 중개업자라는 사람의 치졸한 방어가 시작됬다. 내가 등록한 등기때문에 다음 임차인이 계약금을 걸었다가 취소했으니 등기를 없애달라는 둥, 본안 소송에 대한 피고인 서류 제출건에서도 억울한 건 나라는 둥 혈압이 꽤나 오르게 했다. 하지만 전혀 휘말리지 않고 꿋꿋하게 내가 해야할 일들을 처리했다.


그리고 본안 소송 진행으로 출석해야할 수도 있는 시점이 되서야, 돈을 돌려주겠다는 대답을 받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믿을 수 없었다. '등기를 취소해주면' 이라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었다. 괘씸했다. 나는 법원에서 보자며 절대 넘어가지 않았다. 할 말은 많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나를 휘말리게 하려고 했다.  


계약기간 만료 후, 4달이 지난 시점에 내 계좌에 전세금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새 이직처 근무 중에 입금 확인을 하고, 울컥해 눈물이 날 뻔했다. 나름대로 착하게 살아왔다 생각해서 이런 일에 휘말려 소송까지 준비할 거라 생각지도 못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전세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 안타깝다. 나도 피해자가 될 뻔했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한 번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정신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전세로 허덕거렸지만 스스로 내가 해결한 이 때를 생각하면, 나도 호락호락한 애는 아니라는 생각한다.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강해진 만큼, 앞으로도 내가 강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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