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첫 회사를 퇴사하고 받은 퇴직금과 조금 모아두었던 돈으로 성형을 결심했다.
모아둔 돈을 보니 난 이때까지 살아온 인생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임장 다니듯 성형외과를 다니며 상담받았다. 성형외과 상담이 지칠 때쯤, 한 성형 프로그램에 나오셨던 의사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난 여느 때와 같이 많은 건 바라지 않지만, 지금보다 이런 부분이 나아지고 싶다고 얘기했다. 상담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때쯤, 의사 분이 나에게 말했다.
'성형을 왜 하고 싶으세요?'
'그냥 남들처럼 남 눈치 안 보고 길 걷고, 사람 붐비는 곳도 가고 싶고... 멋진 옷도 가끔 입고 싶어요'
잠시 아무 말이 없으셨다. 나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마음 결정되면 수술날짜 잡으시죠'라는 대답을 듣고 나왔다.
까탈스러운 나는 심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이 병원이 마음에 들어 수술 예약을 했다. 그리고 난 회사에 퇴사를 말했다. 부족했지만 날 이끌어주신 파트장님께 퇴사를 말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려 했다. 그동안의 힘들었던 마음과 팀원들에 미안한 마음 그리고 뭔가 섭섭한 느낌으로 아직 퇴사를 하지도 않았는데 싱숭생숭했다.
퇴사 당일날은 생각했던 것보다 시원섭섭했다. 섭섭함보단 시원함이 더 컸던 것 같긴 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날이 되었다. 성형을 예약한 날이다. 굳이 왜 그날로 했을까 싶긴 한데 다른 날은 예약이 차있었지만, 그날 만은 예약이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느낌도 있었고...?)
무튼 그렇게 당일 날, 나는 수술대에 누웠다. '깨어나시면 삽관 호스 때문에 목이 아프실 수도 있어요'라는 말을 듣고, 추워서인지 긴장해서인지 벌벌 떨며 눈이 감겼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뜨니, 얼굴이 붕대와 멸균거즈, 멸균테이프로 감싸져 있었고, 여기저기 피멍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너무 어지러웠다. 병원 관계자분의 안내를 받아 병원을 나왔고, 나는 준비했던 마스크와 후드의 모자를 뒤집어쓰고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를 잡고 나갈 때도 민망하고, 기사님을 볼 때도 민망했다. 그런데 성형의 메카에서 성형을 받아서 그런지, 간간히 성형하신 분들을 태우는 사람들이 있는지 덤덤하게 나를 대해 주셨다.
성형하고 2주 정도는 힘들었지만, 부기가 빠지면서 되게 신났던 기억이 난다. '이제 조금 더 평범해질 수 있겠지, 남들 시선을 벗어날 수 있겠지?' 코는 높아지고, 얼굴은 작아졌다. 처음엔 많이 만족했고, 부기가 많이 빠지고 나는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났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한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난 그 이후로 다른 부위를 두 차례 성형을 더 받았다. 핑계를 대자면, 사람들이 날 대하는 시선이나 태도가 여전히 같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갖고 싶었지만, 성형을 하고 나서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난 3번째 직장을 다니면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외모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 또다시 절망에 빠졌다.
그리고 이 절망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 결국 다시 돈을 모아 성형을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다른 목표도 있지만,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목표가 되었다. 이 방법밖에 없을까? 남들과 비슷한 위치까지만 가까워질 수 있다면...이라는 열등감이 어느새 욕망이 된 것만 같다.
가끔 나도 이런 내가 무섭다. 하지만 나는 내가 맞다고 하면 일단 해야 한다. 100세 시대이다. 내가 살 날이 많은데 남은 나날들을 똑같은 스트레스로, 남들은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괴로워하지 않을 것으로 힘겨워하고 싶지 않다.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드는 건지, 내가 마음을 고쳐먹지 못하는 건지. 바뀌지 않을 것에 대한 희망을 부여잡으려는 건 아닌지 마음이 무겁다.
나이가 더 들면, 이런 것들에 대한 욕망을 놓을 수 있을까? 지금 나에게 있어선, '마음 고쳐먹기' 가 가장 필요한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