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한 사회
대학원 자퇴 후 1년 정도가 지나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하면 수입이 생기니 한껏 행복한 상상으로 부풀어 있었다. 급한데로 고시원을 구해 상경했다.
하지만 내가 상경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던 걸까. 우습지만 공기가 다른 것조차 힘들었다. 시골의 맑은 공기를 마시다 도심의 탁한 공기를 마시니, 공기 나쁜게 느껴질 정도 였다. 1달은 공기때문에 힘들어 했다. 고시원 생활을 꽤 하긴 했었지만, 고시원 생활도 꽤나 답답했었다.
그리고 가뜩이나 학교에서도 사회생활을 잘 해보지 않았다. 사람들과 어울려 놀지도 않았고, 친구들이 먼저 나에게 다가와주어서 친해질 때가 많았다. 그랬기에 입사 초반에 많이 힘들었다.
인상이 그렇게 호감형이 아니고 재밌는 유형의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젊은 여자 직원들과 어울리기는 힘들었고 그들의 놀림감이 되기 딱 좋았다. 또 서울 구경도 다니고, 동호회같은 것도 하고 싶었지만, 역시 외모 때문에 선뜻 시도할 수 조차 없었다. 그럴때마다 내 외모가 더욱 아쉽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회사 사람들이 내가 보이는 자리에서 욕하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내게 얘기했던 적도 있었다. 또 뒤통수에 대고 욕하는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여긴 회사이니까, 회사는 일만 잘하면 내 존재가 인정되는 곳이니까...일이나 하자며 악으로 버텼다. 그들이 내 외모만 보고 모든 걸 판단하지 않았으면 했기에 일이나 열심히 하자며, 내 수준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그 와중에 다행이었던 건, 회사가 주는 소속감이 그래도 싫진 않았다. 그래서 회사에선 내 시간을 들여가며 남들과는 다르게 열심히 일하고, 업무와 관련된 공부에 투자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혼나면서 선배들에게서 사회생활을 배워갔다. 그 와중에 실수도 많이 하고, 힘들어서 화장실에서 울기도 했다.
그래도 버티고 또 버텼고, 일했다. 시간 들여 공부하고 미리 팀 업무 준비하고, 시간 남으면 선배들을 도와드리려고 했다. 1년 정도는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니 일도 할 만하고, 능률이 올라가 선배들도 나름 인정을 해주었다. 어느새 팀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만족감 같은 걸 느꼈다. 회사이다보니 외모보단 능력이 더 중요한 곳이라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마음 따뜻한 선배 두 분과 친하게 지내게 됬다. 난 조용했던 편이지만, 선배들이 잘 받아주고 결이 비슷해서 나름 잘 어울려 지냈다. 퇴근하고도 가끔 만나서 회사 얘기, 일상 얘기를 하기도 했다. 내가 인생에서 첫 회사에서 생활이 가장 힘들었지만, 또 나의 능력치를 가장 끌어올리게 하고, 변화하게 한 시기였다 생각한다.
이전에 무기력하게만 집안에만 박혀있던 내가, 정체되있는 사람이 아닌 어떻게든 세상과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이 된 것을 깨달았다.
물론 아직 부족하지만, 마냥 울기만 하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