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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코니 Mar 25. 2022

이야기가 머무는 곳

내 SNS를 풍요롭게 할 콘텐츠 만들기 

세 번째 일주일 - 지금 가고 싶은 곳은?


장소에 대한 추억과 스토리텔링




앞으로 일주일 동안 ‘장소’에 대한 사색을 진행해 봅니다.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가만히 눈 감고 앉아 가고 싶은 곳을 떠올려 봅니다. 요즘같이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 특히 해외여행이 몇 년째 막혀 있는 형편이라 잠깐 생각해도 가고 싶은 곳이 열 군데도 더 떠오르죠. 그런데 여러분, 세 번째 일주일의 주제인 ‘지금 가고 싶은 곳’이란 미션은 그냥 휴가 삼아 가는 여행지를 적어보자는 뜻은 아니었어요.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기보다는 내 마음이 머물고 싶은 혹은 내 마음이 머문 적 있는 곳을 떠올려 보자는 제안입니다. 


사실 일과에 쫓기는 와중에 시간을 정해놓고 사색하기는 힘들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시간을 정해놓고’를 권유하는 이유가 있어요. 바로 같은 시간대라도 날에 따라 떠오르는 장소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어제는 분명 잔잔한 호숫가에 앉아 있고 싶었는데 오늘은 바다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내일은 갑자기 깊은 산 속이나 유명한 관광지가 떠오를 수도 있고요. 또 어제 떠올랐던 장소가 오늘도 똑같이 떠오르지만 풍경은 전혀 다를 수가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같은 장소가 떠올라도 무방하고 매일 달라져도 상관없어요. 마음에 가득 떠오르는 그곳이 바로 여러분의 이야기 씨앗이 싹틀 장소가 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이야기가 시작되기 적당한 ‘곳’은 어디일까요? 

읽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아 이야기 끝까지 읽게 할 장소는 어디가 제일 좋을까요? 

정해진 장소가 있냐고요? 당연히 아니죠. 이야기마다 배경이 되는 장소는 다 다를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소를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글감을 찾는 과정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은 혹시 이런 경험 있나요? 
이탈리아 도시 피렌체 남쪽을 흐르는 아르노강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 


저는 실제로 가본 적이 없는 어떤 오래된 다리가 꿈에 몇 번씩이나 등장한 적이 있어요. 그것도 몇 년에 한 번씩 간격을 두고요. 어떤 꿈속에서는 안개에 싸여 있기도 하고, 다른 꿈에서는 화창한 봄 햇살에 다리 돌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기도 했죠. 다리는 둥그런 아치식으로 지어져 막상 건너려면 완만한 언덕을 올랐다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다리 위에는 재미있게도 작은 가게가 양쪽 난간에 다닥다닥 붙어서 다리 위는 좁은 시장통처럼 활기가 넘쳤답니다.      


예, 사실 이 다리는 어릴 적 피렌체 여행에서 건너본 베키오 다리였습니다. 그러니 실제로 가본 적이 없다는 말은 잘못이지요. 두 번째 피렌체 여행, 그러니까 대학생이 되어서 다시 찾은 도시에서 베키오 다리를  다시 만나게 되었죠. 그런데 전에 와 봤다는 기억(물론 피렌체라는 도시를 관광한 예전 일을 몽땅 잊은 게 아니라 오직 그 다리를 건넜다는 기억)을 홀딱 까먹고 무심히 베키오 다리를 건넜습니다. 그러다 우왓! 하고 우뚝 서버리고 말았죠. 오랜 세월 꿈에 나온 다리가 바로 그 다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거든요.  


왜 저는 꿈을 연거푸 꾸면서도 가 본 적 있는
다리라는 걸 짐작하지 못했을까요? 


그저 ‘왜 이 장소가 자꾸 꿈에 나타나지?’ 정도의 태평스러운 의구심만 품었을까요. 한동안 고민한 끝에 저만의 엉터리 결론을 지었죠.

베키오 다리가 어린아이의 무의식 저 아래로 침잠해 버렸다, 라고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너무 친근하게 느껴진 그 외국 도시의 오래된 다리가 어린아이의 마음속에 깊이 박혀 가끔씩 꿈에 등장한다고요. 

두 번째 방문한 날, 저는 같이 간 동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어요. 꿈에 자주 나왔던 그 다리 위 한 곳에 오뚝이 서 있는 저를 기념사진으로 남겼지요. 

이상한 건 그 이후부터는 꿈에 베키오 다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죠. 

잠재의식 속 나만의 내밀한 장소였던 곳이 사실은 실재하는 관광지의 한편이었다는 현실이 더 이상의 내면 여행을 방해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자, 여러분! 꿈에서 가본 장소, 그런데 깨고 나서도 잊히지 않은 어느 곳이 있으신가요? 그럼 그 장소도 한번 곰곰이 돌아봅시다. 분명 내게 어떤 식으로든 깊은 인상을 남긴 곳이 틀림없을 테니까요.     


이렇듯 장소란 추억을 되새기는데 첫째로 필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우연히 지나친 길거리에서 무심코 올려다본 카페 2층 테라스, 언젠가 거기에서 처음 만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애가 이토록 오랫동안 우정을 지속하는 절친이 될 거라고 짐작하지 못한 채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올랐던 계단. 지금도 종로 거리에 나가면 그 카페가 있던 자리를 꼭 한번 돌아봅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장소와 추억 하나 즈음은 꼭 있을 거라고 믿어요.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곳!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같은 인물과 같은 사건이라도 다르게 전개되거나 묘사되겠지요. 예를 들어 연인 간의 다툼이라고 해볼까요?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가 시원한 해변에서 싸우는 장면과 어두컴컴한 노래방 한구석에서 벌이는 싸움은 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절대 같은 풍경으로 나오지 않겠지요. 

사람은 공간과 환경에 지배를 받는 존재입니다.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생각과 감정이 전혀 달라지지요.  그에 따라 이야기의 색깔과 결도 달라지겠지요. 


TiP!! 
도저히 장소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제가 돌발 미션을 내보겠습니다. 

“나의 유년을 상징하는 장소 한 곳 떠올려 보기!”

어릴 적 수많은 추억을 끄집어내 주는 대표적인 장소는 어디입니까? 그리고 그 장소에 얽힌 이야기는 또 뭐가 있을까요? 지금은 그 장소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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