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불

남은 시간이 밤 뿐이라면 내가 나를 밝히는 불이 되길

by Sehy

말이 서툴러 잘 삼키지 못해

목에 걸린 듯한 삶을

난 어떤 말을 골라

내 삶을 말해야 할까

말을 고르고 고르다

날이 저문다

사라져 간다

남아있는 불씨가

‘난 아직인데’란

하지 못한 말이 함께

사라져 간다

놓쳐버린 시간처럼

.

.

눈물은 눈치 없이 흐르고 흘러

가슴까지 흘러 내 맘을 부순다


난 어떤 말을 골라

이 맘을 말해야 할까?

눈물 젖은 맘을 닦다

또 날이 저문다

사라져 간다

남아있는 불씨가

‘난 아직인데’란

말이 혀끝에 매달리다

사라져 간다

놓쳐버린 시간처럼

.

.

더 뜨겁게 타올라라

더 뜨겁게 타올라라

시간의 멱살을 잡고서

아직이란 말을 뱉어라

남은 시간이 밤뿐이라면

내가 밤을 밝히는 불이 되리

내가 나를 밝히는 불이 되길

내가 나를 밝히는 불이 되길




요즘 다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올해 봄부터 다시 하고 있는데 일을 제외하고 뭐라도 꾸준히 하는 게 있어야

인생이 균형을 잃지 않겠지 하는 '염원'에서랄까.

(그렇게 난 여러 번 균형을 잃고 잡고를 반복하다 다시 잡아 궤도에 올려놓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태어난 시기에 전성기였던 90년대의 일본 록 밴드를 좋아하는데

다시 관심을 두게 된 이유도 한몫한다. 어쨌든 뭘 배운다는 건 좋은 거니까.


개인적으로 좋은 말을 수집하는 걸 좋아한다.

(아마 이곳에 글을 쓰러 오거나 보러 오는 분들, 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좋은 말이라는 건 말이 단순히 어감이나 모양이나 의미가 예쁜 것도 좋지만

가슴에 확 와닿고 여운을 주는 것도 내겐 좋은 말이 된다. 두고두고 꺼내 보고 싶은 말.


우연히 발견한 이 残燭(잔쇼쿠) 란 말이 내게 그런 말이었다.

사전상 의미는 '새벽까지 남아있는 불', '거의 타버리고 꺼질 듯한 불'이다.


이 단어를 본 순간 눈앞에 바람 앞에 일렁이는, 얼마 안 남은 초 위로 흔들리는

불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로 흔들리는 내가 보였다.

거의 타고 남은 촛불을 인간에 비유한다면 황혼기 나이대에 비유할 것이다.

하지만 가끔 난 다 타버린 촛불처럼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활활 타오를 화력을 잃고, 꺼지기만을 기다리는 불씨

그렇게 난 두 번째 의미대로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쓸 때는 첫 번째 의미대로 살고자 한다.


내게 남은 초의 길이가 얼마나 될지 몰라도,

그게 새벽일지라도, 불을 피우고 싶다.

내 인생에 가장 귀한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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