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를 바꾸었다
내 안에는 내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에 적은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는 다양한 내가 있다. 오히려 작가 신청을 할 때에 적은 '나'는 현재의 '나'가 아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때에 적은 '나'가 가장 적합한 '나'였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나' 중에서 현재에 가장 적합한 '나'를 끄집어내어 살고 있다. 그것이 현실에 어필하기에 가장 용이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리고 이 세상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질문에 대하여 간단명료한 답을 원한다. '당신이 누구인가'하고 물을 때에 나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단지 상대가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고 적합한 하나의 '나'를 선택하여 설명하고 이해를 시켜주면 그뿐이다.
처음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은 내가 살아가면서 생각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그러나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하여 글의 주제를 '요통' 하나에 집중하였으며 나에 대한 소개도 '요통'에 집중하여하였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며 나는 1년 반 동안 '요통'에 관련된 글만 서른다섯 편을 썼다.
요통 관련 글을 쓰면서 나에 대하여 소개했던 내용은 이러하였다.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하고 요통 전담 치료를 하였으며 요통 교실 강사로 활동하였습니다.'
현재 나는 요통 전담 치료를 하지 않고 있으며 요통 교실 강사로도 활동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과거의 나를 끄집어내어 소개하고 글을 썼다. 그리고 많은 독자분들이 나의 글에 공감하고 호응해 주었다.
현재 나의 작가 소개는 이러하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현재 나의 작가 소개를 보면 나는 학생이다. 그리고 사실이다. 학생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그러나 나는 학생이지만은 않다.
나는 주식회사의 대표이고 세 아이의 아버지이고 한 아내의 남편이며 신앙인이고 마라톤 동호회 회원이고 글을 쓰는 브런치 작가이며 다양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순수한 한 인간이다. 이것을 세분하면 더 많은 다양한 내가 내 안에 존재한다. 더욱이 더 많은 현재 보이지 않는 내가 물 밑에 잠겨있는 빙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엄청난 부분처럼 내 안에 존재한다.
사람들이 '당신 회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요'하고 물으면 바로 간단명료하게 답하기가 곤란하다. 이미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으니 간단히 쇼핑몰을 하고 있다고 대답하면 좋겠지만 나의 회사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나의 고객 중에 상당수는 쇼핑몰을 통하지 않고 거래를 하고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나의 회사는 단순히 쇼핑몰 만을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다.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상품이 많으니 무역회사라고 할 수도 있다.
나의 쇼핑몰에는 구만 여 가지의 상품이 올라가 있는데 이 중에서 일 년에 단 하나라도 판매되는 제품의 종류는 약 육백에서 칠백 가지 정도밖에 안 된다. 단 1퍼센트도 안 되는 제품 만이 실제로 판매되고 있다. 마치 무수히 많은 '나'를 보유하고 있는 나와 비슷하다.
그러면 99퍼센트의 상품은 모두 삭제하고 단순하게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것이 그렇지 않다. 1퍼센트 상품을 팔기 위하여 99퍼센트 상품은 그 뒤의 배경이 되어 준다. 그리고 1년에 한 번도 판매되지 않던 99퍼센트에 속해 있던 상품 중에서 한 제품이 언젠가 불현듯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순간에 두각을 나타내어 전체 판매를 주도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이와 같은 것 같다. 주목받지 못하던 내 안의 수많은 '나' 중에서 어떠한 '나'가 어느 순간에 주목을 받아 세상에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 순간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을 위하여 나는 주목받지 못하는 무수한 나를 소중히 여기며 다루고 성장시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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