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그저 '나 좋은 일'에 머무르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순례길을 걸으며 매일 글을 썼다.
한 시간이라도 더 미래를 위해 시간을 쥐어짜 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뒤로한 채 떠나온 여행이었기에 매일 하나씩 남겨지는 글들이 나에게 유일한 위로였달까. 길이 없는 곳으로 걸어갈 때에 내가 걷는 이 길이 맞다며 동네방네 소문을 낼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2024년 9월 2일, 그렇게 길을 걷고 또 걸으며 글이 쌓여가던 중 갑작스러운 팝업 알림이 떴다.
평소에 많아봤자 몇백 건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하던 나의 브런치 글이 조회수 만 건을 넘겼다는 소식이었다.
한참 길을 걷고 있던 나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정말 이게 고장이 났나 싶었다. 그렇게 놀란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걷던 와중에 또 알림이 울렸다. 11000, 12000, 13000... 내가 걷는 걸음보다 빠르게 조회수가 올라갔다. 새로고침을 할수록 새로운 숫자가 나를 놀라게 했다.
모바일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유입 경로는 그저 평소와 다름없는 정도로만 추적되었다.
그렇게 의문을 품다가 무작정 다음 포털 메인으로 들어갔다.
찾았다...!
갑작스러운 조회수 폭등은 역시나 포털 메인의 힘이었다. 며칠 전 피곤한 몸을 겨우 일으켜 써둔 나의 글과 사진이 포털 메인에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이런 40대를 본 적이 없다'
그날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준 슈퍼 사장님에 대한 이야기였다.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에 대한 동경으로 써 내려간 나의 일기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다니, 부끄러움과 뿌듯함이 함께 뒤섞이는 혼란의 순간이었다. 당장 오타가 없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었던 순례길의 습작이었기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날은 몇 번의 팝업이 나를 두근거리게(설레는데 뭔가 들킨 듯한 느낌) 한 뒤,
전체 브런치 조회수 18127회를 기록하며 마무리되었다.
2024년 9월 3일, 어제의 갑작스러운 조회수 상승은 다른 글로 다시 이어졌다.
'걷는 속도에 관심 있는 건 한국인뿐'
길을 걸으며 우연히 만난 한국분과 대화하며 오랜만에 느꼈던 고국의(?) 감성에 스스로 놀라 적어 내려 갔던 또 하나의 일기가 다음 메인에 등장했다.
30일 가까이 꾸준히 글을 써왔는데, 그중에서도 갑작스럽게 두 글이 포털 메인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특별한 자료를 참고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저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해석해 보았다.
먼저, 그 제목을 쓴 나의 의도는 '도발'이었다. 단순히 그날 떠오르는 나의 감정을 앞세워서 썼다고는 하지만, '한국'에 대해 보편화해서 말하는 그 제목은 누군가 내 말을 좀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도발이었다. 그 바람이 사람들의 호기심, 공감 혹은 괘씸함을 불러일으켜 감사하게도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게 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도발을 표현한 '한국', '한국인', '40대'와 같은 단어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첫 번째, 무언가 보편화시켜 정의하려는 표현이었다.
'남들만큼', '남들 보기에'와 같은 표현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MBTI가 유행을 넘어선 스탠더드가 되는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범주를 규정하며 자신의 옭고 그름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10대, 20대와 같은 연령대의 보편적인 특성을 규정하고 설명해 나가며 그 범위 안에 머무르려고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지금 우리 사회 혹은 개인의 삶에서 느끼는 갈증을 건드리는 표현이었다.
지금은 조금 지나간 말이지만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오랫동안 굳어졌던 많은 사람들의 갈증들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게 되는 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라며 철없는 투정이라고만 보는 것은 얕은 생각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나의 국적 '한국'을 '우리나라'라는 표현 대신 '한국'으로 지칭하여 다른 국가와 비교하는 것을 '클릭' 한다.
물론 이 두 가지 해석이 알고리즘의 선택과 전혀 맥락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내 말을 좀 들어줬으면 하는' 나의 그 바람이 사람들에게도 전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이유가 어찌 되었든,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며 슬슬 일상에의 익숙함을 느끼고 있던 차에 '알고리즘'은 내게 온 선물 같았다. 더 이 길을 계속 걸어봐도 괜찮다는 격려의 선물 말이다. 그 감사함을 잊지 않고 다음 도전이 왔을 때에는 더 기운차게 글들을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