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이제 그만하고 싶어.”
내내 누워만 있던 꽃다운 스무 살.
눈물이 옆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 몸을 닦아주다 새 수건을 가져오려고
뒤돌아선 엄마는 잠시 그대로 멈췄다.
“그럼 뭐, 죽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너는?”
일부러 더 표독스럽게 말하는 게 느껴졌다.
엄마는 울음을 참고 있었다.
더 이상의 아토피 치료는 희망이 없었다.
내 몸을 실험 대상 삼아 아토피에 좋다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해 보다 절망하는 것도 넌더리가 났다.
한의원 치료 부작용으로
피딱지가 가득 앉은 온몸은
매일 옷을 갈아입어도 진물과 피냄새로 진동했고,
진물에 들러붙은 누런 옷을 떼어낼 때마다
내가 살아있다는 끔찍한 사실만을 느낄 뿐이었다.
누워있어도, 앉아있어도, 서있어도,
살아있는 순간순간이 고통스러웠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숨도 쉬기 싫었다.
그냥 이 고통이 끝나기만 한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내가 죽으면 가슴 아파할
엄마 아빠 동생의 슬픔도
살아있는 내 고통과 저울질해 보면
한없이 가볍기만 했다.
아픈 건 나잖아.
내가 얼만큼 아픈지 아무도 모르잖아.
이 고통은 오로지 나만이 느낄 수 있다는 것,
너무나도 독자적인 육체적 고통에
뼛속 깊은 외로움을 느꼈다.
엄마는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내 딸이 너무 아파서 죽고 싶다는데
사는 게 그렇게 끔찍하다는데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을까.
엄마에게 더 찢어질 마음이 남아있긴 했을까.
“나 그때 정말 너랑 같이 죽을까 생각도 했어..
근데 어떻게 그래. 어떻게..“
죽지 못해 살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텼다.
아토피 신약이 개발되었다.
그렇게 나는 살았다.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