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사람들은 아이를 자꾸 갖다버릴까
네덜란드 작가 띠거너 헨드릭스의 장편소설『집으로 가는 길』은 오래 전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책이다. 소설『집으로 가는 길』에 나오는 주인공 ‘인따’(한국 이름 김영자)는 태어난 지 14개월 만에 네덜란드 가정에 입양된다. 이 소설은 ‘인따’의 뿌리 찾기, 곧 자아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여정에 서사의 중심이 있다. ‘인따’는 오빠가 새로 사귄 친구 ‘리차드’에 이끌려 잠시 ‘뱃속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느낌’에 잠긴다.
‘인따’는 그러나 자신의 외모가 금빛 머리와 파란 눈의 엄마나 검은 머리의 초록빛 눈의 아빠와도 닮지 않았다는, 그래서 세상에 버려졌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다행스럽게 자상하고 배려 깊은 양부모는 아이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다가 연락이 닿은 아이의 생모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50만 명 정도의 아동이 해외로 입양 되었는데, 그중 20만 명 정도가 우리나라 아동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전 세계 해외입양 아동 수의 약 40%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보낸 아동이라는 것이다. 오래 전 수치이니 실상은 더 많은 숫자의 버려진 아이들이 해외의 가정으로 보내졌을 것이다. 실제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네덜란드 사람과 결혼하여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는 한 여인이 딸을 낳게 된 후, 저 소설의 ‘인따’처럼 불현 듯 생부모를 만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녀는 1983년 11월 충남 괴산의 한 주차장에서 발견되어 이듬해 9월 홀트 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한다. 현재 40세쯤 되는 그녀는 한국계 입양인들이 모여 DNA를 통해 친부모를 찾는 비영리단체 ‘325캄라(KAMRA)를 통해 마침내 친부모를 찾게 된다. 한국에 온 그녀는 수소문하여 친부를 알게 되고 법원에 친부 인정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으로부터 그것을 인정받는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 하지만 사정은 있었을 것이나 친부는 그녀의 친모에 대해서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매우 냉담하고 위압적인 태도를 보인다. 결국 40년 만에 친부모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접고 눈물을 뿌리면서, 그녀는 살고 있는 네덜란드로 돌아간다. 다시는 한국을 그리워하지 않을 거라는 원망을 남긴다. 개개인마다 말 할 수 없는 사정은 있을 것이어서 특정한 누구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아이를 낳아 기르지 못하고 버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그 마음도 전혀 헤아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남자들이 베트남이나 필리핀에 버려둔 아이들도 상당한 숫자에 이른다는 뉴스를 보았다. 우리나라에 베이비박스가 처음 설치된 건 지난 2009년 12월이라고 한다. 그렇게 지난 10여 년 동안 보호된 아기가 지금까지 모두 천 7백여 명에 달한다. 그 많은 아이들은 누가 버렸고,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혈연에 대한 강박이 유난스러운 우리 사회는 대체로 국내 입양을 꺼린다. 대부분 해외로 버려지듯 입양을 갔을 것이다.
동물도 제 새끼를 보호하고 그들이 잘못되는 경우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들었다. 아이들을 잘 키울 준비가 되지 않았거든 제발 아이들을 낳지 마라. 아이들을 마구 낳고 함부로 버리고 나중에도 모른 체 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좀 유난스럽다면, 이것은 우리 사회의 집단적 멘탈리즘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무책임의 윤리, 방관자적 태도가 어느새 우리들의 DNA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닐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