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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Jul 13. 2023

정치인들의 탐욕에 대하여

-아버지의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아들

  윌리엄 J. 듀이커가 쓰고 정영묵이 변역한『호치민 평전』(푸른숲, 2003)은 국내에서 번역 출판된 호치민의 평전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자료와 고증을 거쳐 한 인물을 깊이 있게 다룬 역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베트남 독립의 지도자이자 베트남민주공화국의 초대 주석이었던 호치민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 있지만 내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대목은 그의 검소함에 관한 것이다.

  평전에 따르면, 호치민이 사후에 남긴 것은 여덟 평짜리 목조주택 한 채와 그가 읽던 책들이 전부였다. 그는“내가 죽고 나면 인민의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도록 웅대한 장례식을 피해야 한다.”고 유언을 남긴다. 나라마다 처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호치민의 생각과 실천적 행위를 정치지도자의 유일한 규범이라 할 것은 아니겠다. 나는 다만 우리나라 일부 정치인들의 탐욕스러운 행태들에 대해서만 말하려 한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너나할 것 없이 많은 국회의원들의 재산변동 내역이 총선 전과 그 이후 큰 차이가 난다. 다양한 해명과 변명을 내놓고 있고 관련 당국에서는 위법성을 확인하겠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전직 대통령의 막내아들의 경우는 참담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부친이 살아계실 때, 현직에 있을 때도 부당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력이 있다. 최근에는 부모님이 남긴 사저의 소유권과 처분권을 놓고 부친과 함께 평생 동고동락했던 그의 이복형과 소송에 휩싸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것은 엄격하게 말하면 개인들 간의 일이고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는 어떤 사정이 있었을 것이지만, 문제는 그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데 있다.

  지난 총선에서 그가 비례로나마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유일한 까닭 말고는 알려진 것이 없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그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가. 군사독재체제의 억압에 맞서 통일운동을 하거나 민주화를 위한 운동에 헌신했었는가. 환경과 생태계의 보전을 위한 생명운동에 관심을 가지기라도 했던가. 혹은 평생 늙은 소처럼 열심히 일만 했어도 자신의 집 한 채 갖지 못한 이들을 위한 노력이라도 했던가. 역시 보도에 따를 수밖에 없고 그것을 부인할 정황은 아니어서 인용하자면(MBC 2020.9.10.일자), 그의 배우자 임 모 씨가 분양권을 보유했던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가 지난 4월 총선 당시 재산 신고에서 빠졌는데, 이후엔 12억 3,500만 원에 팔렸다고 한다. 

  문제는 김홍걸 의원의 해명이다. 그는 저런 분양권이 있는지도 몰랐고, 분양권이 재산 신고 대상인 줄도 몰랐다는 것이다. 배우자 임 씨가 강동구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건 2016년 10월. 취재진이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임 씨는 넉 달 전인 2016년 6월에도 강남구의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같은 해 12월에는 서초구의 아파트를 산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2016년 6월에는 강남, 10월에는 강동, 12월에는 서초 등 반년 사이에 아파트 3채를“쇼핑하듯 사들였다”는 것이다. 그런 사실 역시 김홍걸 의원은 나중에야 알았다는 것이니, 그 부부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생활방식을 갖고 있는 것인가.

  그가 당의 제명 조치에 이어 스스로 의원직에서 물러날지 버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동안 보여 온 행태만으로도 그는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은 물론이고 존경받는 부친의 이름을 욕되게 한 일은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게 됐다. 

  국민들의 지지를 업고 정권을 담당한 세력은 호치민이 했다는 말,“혁명을 했는데도 인민이 여전히 불행하고 가난하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를 거듭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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