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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린나 Jun 21. 2018

[케이프타운] 와인루트, 와이너리투어

남아공은 와인이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맥주만 마시던 터라 와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무튼 유명하다.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전국 곳곳에 유명한 와이너리가 많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이 품질 좋은 와인들이 남아공에서는 국산 술이기 때문에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그래서 남아공에 온 뒤로는 와인도 자주 마시게 됐다.
     
특히 웨스턴 케이프 주에는 스텔렌보스(Stellenbosch), 팔(Paarl), 프랑슈크(Franschoek) 등 유명한 와인 산지가 속해 있는데(이 지역을 Boland 라 칭함), 케이프타운 도심과 50~9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이곳을 돌아보는 것이 케이프타운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되어있다. 더반에서 케이프타운까지 1,300km가량 운전해서 왔기 때문에 거리 관념이 지극히 주관적이 되어 버렸다. 100km 정도의 거리에는 '밖에' 가 붙는 점에 주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수많은 와이너리 투어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여행사별로 방문하는 와이너리(와인 농장)가 다르므로, 평소에 관심을 좋아하는 남아공 와인이 있었다면 투어 일정에서 어떤 와이너리를 경유하는지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와이너리 투어는 셀프로도 가능하다. 볼란드 지방의 와이너리중 가고 싶은 곳을 골라서 가면 그만이다. 여행사를 끼는 이유는 음주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케이프타운 2층 투어 버스로도 갈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예쁘게 정돈된 유럽풍의 와인 농장에서 다양한 와인을 음미하는 것.. 호텔 앞으로 픽업을 나온 투어 담당자와 처음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투어에 대한 기대는 로맨스로 가득했다. 그러나 약 6시간 뒤에 기억이 나질 않는 사진을 남긴 채 케이프타운에서의 하루를 마감하게 되었다.

오전 9시 30분쯤에 예약업체가 보낸 픽업 차량이 호텔에 도착하면서 와인 투어가 시작됐다. 첫 번째 방문지인 팔(Paarl : 진주라는 뜻) 지역의 Fairview를 시작으로 스텔렌보스(Stellenbosch : Stel 이란 사람이 만든 도시라는 뜻) 주변으로 해서 총 4곳의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점심 식사 포함 5곳)

Fairview 와이너리는 치즈와 어울리는 와인이라는 컨셉을 가진 곳으로, 염소 아파트가 유명해서 대부분의 와인랜드 투어 여행 상품에서 포함시키는 와이너리이다. 농장에 들어서면 길 양쪽으로 염소 우리를 볼 수 있는데, 염소 우리 사이를 염소 육교가 이어준다. 염소 아파트는 우두머리 염소와 그 가족이 거주한다고 한다. 일반 서민 염소는 넘볼 수 없는 고급 주택인 것이다. 서민 염소야 우리 힘내라.

건물 안에 들어서면 가이드가 내부를 돌아보며 와인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해준다. 해주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한마음 한뜻이기 때문에 설명은 대충 끝내고 본격적인 와인 시음을 시작했다. 6가지 치즈와 6가지 와인이 나왔다. 그런데 역시 혜자의 나라답게 시음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와인을 많이 준다. 큰 와인잔의 3분의 1 정도를 채워주었는데, 맛이 좋아 원샷하다 보니 6번째 잔쯤에 이미 취기가 많이 돌기 시작했다.

함께 투어 했던 일행 중에는 이미 첫 번째 와이너리에서부터 취해 미각을 잃어버린 사람이 나왔다. 그렇게 되면 그 이후 와이너리에서는 더 이상 '음미'라는 것은 할 수 없게 된다. 그때부터는 스텔렌보스 지역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투어의 주가 되어버린다. 와인 투어에서는 초반에 너무 달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시음했던 와인을 한 병 사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사실 VREDE AND LUST WINE ESTATE 와이너리는 두번째 장소는 아니고 세번째 농장이었다. 첫번째 와이너리인 Fairview에서 이미 취해버려 두번째 와이너리에서는 기억과 사진이 얼마 남지 않게 됐다...

VREDE AND LUST WINE ESTATE에서는 초콜릿과 어울리는 와인을 마셔볼 수 있다. 초콜릿 6조각이 나오는데 그 위에는 각각 소금, 깨, 민트, 캬라멜, 캐슈넛, 말린고추가 딸려나온다. 와인 안주로 먹는 초콜릿도 신기했지만 초콜릿과 이런것들(특히 말린고추)을 같이 먹는다는것도 그랬다. 초콜릿을 먹고 텁텁해진 입 안을 와인으로 헹구어내는 느낌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약간의 의무감과 허세로 와인 6잔을 모두 마셔버리고 결국 잔디밭에 드러눕고 말았다.

이후 네번째 와이너리가 남아있었지만 시간이 늦어져 가지 못했다. 정확히는 왜 네번째에 안가느냐고 항의하자 가이드가 문이 닫혀있는 곳에 데려다 주었고 우리는 뻘줌했고 그렇게 끝이 났다.


두번째 방문했던 와이너리 MARIANNE WINE ESTATE 에서 찍힌 사진. 이곳에서는 남아공 육포인 빌통(BILTONG)과 어울리는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두번째 와이너리에서 찍힌 사진. 남아공 육포인 빌통(Biltong)과 어울리는 와인이 컨셉이다. 빌통은 우리나라 육포보다 부드럽다(혹은 물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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