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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Dec 13. 2023

양다리를 걸치다

"으악"


"죄송해요 어머니 조금만 참으세요"


허벅지에 꽂는 침이 차르르 발끝까지 신경을 건드린다. 전기에 감전되면 이런 기분일까?


허벅지에서 무릎 종아리 발목까지 바늘이 숭숭 꽂혀있는 다리가 사막의 선인장이 되었구.


병의 치료에는 믿음이 반이라고 했다. 믿음에는 불가항력적인 기적의 힘이 있어 물을 술로도 바꿀 수 있다고 하였는데 지금 나는 믿음이 부족한 건가


근방에서 허준 선생으로 통하는 그분은 침을 잘 놓기로 소문난 의사라고 한다. 병원에 수술 날짜를 잡아놓은 허리병 환자가 이곳에서 침을 맞고 나아서 수술을 취소했으며  평생을 손목 관절로 고생하던 사람이 선생의 침술로 완쾌되었다고 한다.


허준선생을 소개한 사람은 자세를 바로 잡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나를 보더니 자신은 오랫동안 허리가 아파 고생했는데 허준선생의 치료를 받은 뒤 지금은 멀쩡해졌다며 자기 허리를 병뚜껑 따듯이 비틀어 돌려보였다.


침을 맞을 생각을 하니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하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그가 소개한 한의원으로 갔다. 


석 달 전 자전거 사고로 오른쪽 허벅지에서 정강이까지 큰 상처가 난 적이 있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튼튼한 통뼈에 감사하며 그 후로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일상생활에 무리 없이 지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다리에 통증을 느꼈다. 오른쪽 고관절 아래로 뻐근함과 시린 느낌이 발목까지 이어졌다.


전에 다녔던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봤다. 엑스레이 사진에 찍힌 내 허리뼈에 협착이 보였다. 의사는 허리에 주사를 놔주고 일주일 분의 약을 처방해 주었다.


의사도 나도 일주일 후엔 호전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전혀 그럴 기미가 없다. 다시 외과를  찾아갔을 때는 정밀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아마도 허리의 협착 증세와 자전거 사고로 인한 후유증이 서로 맞물린 건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다친 부위가 이렇게 아플 리가 없다. 의사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말했지만 그 또한 정밀검사를 해봐야 안다고 했다.


 마침 침으로 용하다는 허준선생을  소개받았다. 수술날짜를 받아놓은 환자도  나았다는데  내 증상쯤이야.. 실은 정밀검사를 피해 보려는 의도가 더 강했던 것 같다.


허준선생은 내가 가지 있는 한의사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 몸에 체인 장식 걸치면  영락없는 힙합전사 같은 모습이다. 거뭇한 턱수염을 기른 선생은 거친 외모 달리 부드러운  목소리로 환자를 대했다. 허준선생 역시 허리의 신경이 눌려서 다리가 아픈 거라는 진단을 내렸다. 젊은 선생은 나이 든 환자에게 어머니라는 호칭을 썼다.


"침이 좀 아프니 참으셔요 어머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하니 더 무서웠다. 제발 살살 놔주세요 선생님 아니 원장님,  나는 대 여섯 번쯤 비명을 질렀던 것 같다.


"나으려면 아파야 해요 어머니" 


그만큼 깊게 침을 놓겠다는  나긋한 선전포고다.


그 후로도 세 차례 고문 같은 침을 맞았지만 천하의 허준선생도  다리의 통증을 완화시키지 못했다. 그보다는 나의 인내심의 한계가 침의 효력보다 더 빨랐던  같다.


양방과 한방을 두루 섭렵했지만 전혀 나아지는 기미가 없다. 지금 나는 명의나 편작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 경험이나 검사자료에 의한 치료도 좋지만 한의사든 정형외과의 전문의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의사 선생님이 계신 곳이라면 어디라도 좋겠다.


인터넷에 자전거 사고 후유증이라고 쳐보았다. 상처가 났을 때 어혈을 풀어주지 않으면 겉은 아물었지만 죽은 피의 찌꺼기가 혈관을 막아 통증을 유발한다고 한다. 어쩌면... 영락없는  증상이다. 내가 느끼는 통증을 나보다도 더 자세히 진맥해 주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골프경력이 오래된 친구에게서 들은 말이다. 요즘 골프장에서 가장  꼴불견은  이제 갓 입문한 골퍼가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 얻어들은 지식으로 아는 체하는 걸 볼 때라고 한다.


의사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병을 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다면서 이러쿵저러쿵 요구사항이 많으면 얼마나 가소로울까,  "그래 니 똥 굵다"라고 치부하고 말겠지?


그러니 어찌합니까? 오늘 아침 다니던 외과에서 허리에 주사를 한 차례 더 맞고 왔다. 처음 주사를 맞을 때는 주사약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근육이 뭉쳐 있었다. 오늘은 수월하게 주사약이 들어가는 걸로 보아 한의원에서 맞은 침이 효험을 보이나 보다.


일주일 후면 나는 다시 침을 맞으러 한의원으로 갈지도 모른다.


양방과 한방 사이를 오가며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나, 부적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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