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다 때가 있으니 열심히 하라고 아이를 다그치며 가르치던 지난 시절, 요즘 우리 딸아이가 나에게 배운 그대로 아빠에게 답습하고 있다.
"아빠 지금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근육이 굳어져서 나중에 힘들어져요 "
남편은 이곳 재활병원에서 한 타임에 30분씩 모두 열 타임의 훈련을 받는다. 덕분에 상반신은 많이 회복이 되어 혼자서 포크로 반찬을 찍어 먹을 만큼 호전되었다. 하지만 나는 걱정이 된다. 혹시라도 너무 무리해서 몸살이라도 나면 어쩌나...
병원관리부장과 상의를 했다. 그분 역시 운동이 힘들기는 하지만 운동을 줄이는 것보다 단백질 섭취를 잘해주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한다. 병원식단표에 매일 한 끼 고기반찬이 들어 있기는 하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나는 남편을 위해 단백질 위주로 식단표를 만들었다.
매일 먹을 수 있는 반찬으로는 장조림과 콩자반, 양배추 찜과 계란찜을 번갈아가며 섭취하게 하고 일주일에 두 번, 고기요리를 만들기로 했다. 오늘은 갈비찜을 했다. 기름을 잘 거두어 내는 게 관건인 갈비찜을 만드느라 거의 한나절을 보냈다.
병원에 면회를 가는 날은 점심 식사시간에 맞춰서 남편의 식사를 돕는다. 포크로 반찬은 찍어 먹을 수 있지만 아직 숟가락으로 밥을 뜨기에는 서툴다. 얼마 전만 해도 콧줄을 통해 유동식을 먹었던 걸 생각하면 이것만으로도 무척 감사한 일이다. 가지고 간 반찬을 밥숟갈에 얹어주자 맛있게 먹는 남편, 주부는 식구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고 그 음식을 잘 먹어 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재활치료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미 굳어버린 근육을 풀고 하루에 3~5mm씩 재생된다는 신경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치료사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환자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다행히 남편은 열심히 재활치료에 임하고 있다.
휴일에는 재활치료사들이 쉬기 때문에 환자들도 운동을 멈춘다. 학창시절,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학원을 다녔던 딸아이는 쉰다는 게 뒤쳐짐으로 여기는 것 같다. 더구나 가정의 달인 5월은 공휴일이 너무나 많이 들어있다. 딸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자가운동 기구를 사 들이며 아빠가 연휴 동안에도 평소처럼 운동을 하길 원한다. 딸아이의 성화 때문인지
남편은 휴일에도 꾸준히 운동을 한다. 벨트로 몸을 의지하고 서 있는 기립운동, 자전거 타기, 누워있는 시간에도 딸이 사준 로봇 글러브를 끼고 손가락을 펴 주는 작업을 한다. 그런 남편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하지만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보 우리 이곳이 태릉선수촌이라고 생각합시다, "
남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딸 못지않은 내 속마음이 터져 나온다.
요즘 계속 남편이 두 발로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꿈을 꾼다. 나는 그런 남편에게 정말 금메달이라도 걸어 주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