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며 알게 된 삶의 맛들_4
냉장고에서 항상 떨어지지 않고 늘 있는 재료를 말해보라고 물으면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달걀이다.
달걀은 완전식품이기도 하고
달걀 하나로 할 수 있는 요리도 다양하다.
때로는 여러 가지 음식들에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할 때도 있다.
가끔은 있으면 더 좋고 없어도 그만인 카메오 역할까지도 하는 다재다능한 녀석이다.
바쁜 아침에 팬에 휘리릭 스크램블을 만들고
밥에다가 간장과 참기름만 추가해 만든 간장달걀밥.
아이들도 아주 좋아하고 엄마로서도 그만한 든든한 아침이 없다.
비빔밥에는 노른자가 톡 터질 수 있는 정도로 익은 달걀프라이가
그 맛을 더하는 이불이 되어 주고,
새해를 맞이해 떡국을 먹는 날에는
떡국 위 알록달록한 달걀 고명 덕분에 금세 먹음직스러워진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비빔국수와 냉면 위에 올린 삶은 달걀은 요리의 완성을 더한다.
또 삶은 달걀은 그 하나만으로 간식이 되기도 하고
다이어터에게는 한 끼의 완전한 식사가 되기도 한다.
신혼 때,
할 줄 아는 요리가 많이 없어서 달걀찜을 한번 도전해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우리 집에 전자레인지가 없지만
신혼 때는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초보 주부임에도 달걀찜을 아주 쉽게 할 수 있었다.
달걀과 물을 적당 비율로 전자레인지용 유리볼에 담고
새우젓갈을 넣고 잘 섞는다.
비닐팩을 뚜껑처럼 팽팽하게 덮고
젓가락으로 구멍을 군데군데 송송송 뚫어서
전자레인지에 5-7분 정도 돌리면 아주 간단히 달걀찜 완성!!
그러나 역시 초보주부,
‘이게 다 된 거 맞아?’ 하며 두 번 세 번 확인하다가 1분씩 더 돌렸더니
바닥이 눌어붙어 버렸다.
그래도 처음으로 도전한 거 치고 꽤 성공적인 달걀찜이
당당히 맑은 노란빛을 내며 그날 식탁의 주인공이 되었다.
남편이 “이거 하나로도 충분하다”며 웃어주던 기억이
그날의 달걀찜만큼이나 폭신하게 내 마음을 감싸주고 있다.
달걀은 혼자서도 이렇게 완전한 요리가 되고, 완전한 영양을 선사한다.
늘 냉장고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식탁에서 자주 만나지만 달걀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예전에는 잘 몰랐다.
요리를 하면서 존재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달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떠오르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하루는 아이와 함께 삶은 달걀을 깐 적이 있었다.
“이걸 어떻게 까요?” 하는 순수한 물음에
일단 달걀을 식탁에 탁 내려치고는
“손 다치지 않게 조심히 껍질을 하나씩 벗겨봐~” 하며
금이 간 달걀을 천천히 아이에게 건넸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껍질을 벗기더니 아이가 말했다.
“엄마! 단단한 껍질을 벗겼더니 말랑한 알이 나왔어요!”
그 말이 너무 귀여우면서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모르게 단단하게 둘러싸고 있는 껍질 안에
사실은 가장 맛있는 부분이 숨어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달걀은 깨어질 때 비로소 속의 영양을 선사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껍질을 깨는 과정은 상처를 각오해야 하고, 두려움에 멈칫할지도 모른다.
아이의 미숙한 손길처럼, 우리도 두렵지만 껍질을 벗겨내며 성장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나와 마주할 수 있다.
이렇게 달걀처럼 나를 둘러싼 틀을 깨뜨리고 성장하며,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감칠맛 나는 조연으로도 존재하며
내가 가진 영양가와 따뜻함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