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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퉁탕한 소리가 났다.

[고시원 생존일기 4]

by 하납날목

고시원은 쾌적했다. 주황색 장판이 일어난 계단을 지나 고시원으로 올라갔다. 중앙 난방식으로 에어컨이 나왔다. 조금 쌀쌀하게 느껴질 때면 검은색 카디건을 따로 걸쳐 입었다. 스탠드 빛으로 책을 밝혔다.

공용 주방 바로 옆에는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방문을 15cm 정도 열어두고 사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 할아버지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항상 방에는 TV인지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왔다. 가끔 가다가는 걸걸한 목소리가 문틈 사이로 들려오곤 했다. 소리가 들릴 때면 혹여 마주칠까 후다닥 부엌으로 들어가곤 했다. 가끔은 방에서 소리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문틈 사이로 초록색 술병이 보였다.

'아이고, 옆 방에 사시는 분들은 얼마나 시끄러울까?'

고시원 벽은 얇았다. 잘못된 공사로 두 호실 간 문이 잘 안 열리는 아파트를 소개한 뉴스를 보았다. 그것과 비교가 안 될 만큼 고시원도 호실 간 바짝 붙어있었다. 옆방의 애환에 고개가 절로 절레절레 흔들어졌다.

어느 날 밤 10시쯤이었을 것이다. 밖에서 우당탕퉁탕한 소리가 났다. 걸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욕 몇 마디도 흘러나오는 듯했다.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도 났다. 다행히도 내가 있었던 방은 부엌과 한참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도대체 밖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무서움 반 두려움 반. 가슴 속에 마음이 뭉게뭉게 올라왔다.

어느 정도 소리가 잦아들었다. 굳게 잠갔던 방문을 살포시 열었다. 빨래를 돌려놨기 때문에 부엌으로 가야 했다. 방문이 잘 잠겼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
'수틀리면 방으로 얼른 돌아와야지.'

부엌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향했다. 좁고 긴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났다. 동일한 문 모양에 호실 번호만 다른 무수한 방들을 지났다. 아이참, 왜 이렇게 복도가 길지. 어느덧 공용 부엌으로 향하는 복도에 다다랐다. 충격적인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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