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93

절대감속

by FriendlyAnnie


밤사이 조용히 내려앉은 눈을 뽀드득 뽀드득 밟고 달리는 기분이 최고입니다. 지난 며칠동안 미세 먼지에 뿌옇던 하늘도 오늘은 티 한점 없이 맑고 태양도 기분 좋게 빛을 비추어 줍니다. 눈이 녹아내린 노면은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어야 하지만 아직 녹지 않은 뽀송한 눈 위를 달리는 건 맨땅을 밟는 것 보다 더욱 안전하고 재미집니다.

눈이 쌓인 길을 따라가다 보니 공사로 절대감속하라는 안전 표지판이 보입니다.


최근에 무기력에 관한 책을 몇 권 읽고 있는데 저자들은 기술로 인해 빠른 발전을 해온 현대 사회에서 우리 인간은 우리가 기술로 만들어 놓은 물질들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되면서 스스로 물질화 상품화 되어가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물질화 상품화 되어가는 우리 인간은 진정한 자신을 잃어가고 있기에 무기력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술로 인해 인간은 편리함과 빠른 속도, 쾌적한 환경들을 누리고 있지만 그 부작용으로 정보와 알고리즘에 지배를 당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빠르고 감각적이고 편리한 환경 속에서 우린 때로는 절대감속을 해야하는 상황 속에서도 멈추어 제대로 된 생각을 하는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멈추고 생각해 보라는 자연의 경고에도 인간의 모순된 본능은 욕망으로 멈추어 서질 못해 때로는 큰 재앙으로 그 댓가를 치르기도 합니다.


숨가쁘게 바삐 돌아가는 삶 속에 잠깐 멈추어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과연 인간의 인간다운 행복한 삶을 지속하기에 괜찮은 길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위험!! 절대감속!! 우리는 이 경고를 가벼이 넘겨선 안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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