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를 이해하는 아빠

비 내리는 놀이라는데 발끈한 아빠

by 웃는식

몇 년 전의 일상이었다. 아마 아이들과 엄마 모두가 가장 멀리 떠나는 가족 여행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좋은 기억만 떠오르지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는 무지한 것이 사람의 이기적 마음일까? 그렇게 떠난 여행은 행복하고 낭만적이어야 하는데 때론 누군가에게 상처이고 아픔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반성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지만 그 당시의 감정을 되새기며 잘못을 반추하고 정리하며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마음을 다 하고 싶다. 시작부터 나를 내려놓는 분위기의 글인데 정말 아빠로서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2박 3일간의 강원도 여행. 속초와 양양 부근을 아이들과 여행했다. 처음 떠나는 먼 거리라 무척 힘든 상황이었으나 마음을 안정시키고 여행에 집중하고 싶었다. 핑계라고 할 수 있다면 전날 야근을 마치고 몇 시간 잠을 못 자고 떠나는 여행이라 아마 스스로의 감정적 조절은 예전보다 문제가 없지 않아 있을 수도 있다는 자기 방어막을 펼쳤던 것 같기도 하다. 아직 어린이집과 갓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의 나이다 보니 장난도 심하고 좁은 차 안에서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며 안전운전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아빠. 3시간가량의 운전을 마무리하고 처음 경험해 보는 수영장이 껴 있는 펜션에 도착했다. 마음이 그렇다 보니 날씨까지 2박 3일 동안 구질구질했다. 아이들이 처음 경험하는 복층 구조의 펜션. 방 안에는 월풀 욕조가 있었고 통창 밖으로 거친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가 한눈에 비쳤다.


도착 후에 잠시 쉬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물놀이를 위해 월풀 욕조에 물을 받고, 몰래 싸 온 책을 꺼내 한편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와서 책을 읽느냐' 구박은 당연히 따라왔다. 그 당시 책 읽기에 대한 강박이 약간 심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 자유롭게 책을 읽고 필요한 때만 리뷰를 썼지만 당시엔 한 달에 20권 가까운 책을 받아 리뷰를 어떻게 다 썼는지. 초인적인 힘은 발휘했을지언정 정신 상태는 지금보다 더 온전치 못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책을 읽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독서를 사랑하는 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능가했던 것 같다. 물은 받아지고 수영복을 입은 아이들은 월풀 욕조에서 물놀이를 했다. 아빠는 같이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구경하듯 바라보았다. 이후 일은 발생한다. 그때까지는 평화로운 분위기였다고 연출상 적어본다.


복층 구조다 보니 아이들이 월풀 욕조에서 놀다가 바로 나와 몸을 닦고 계단을 타 복층 난간까지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반복했다. 바닥이 미끄러울 텐데, 쿵쾅쿵쾅 소리에 아래쪽 여행객들이 불편해할 텐데. 집에서 해야 할 고민을 여행지에 와서까지 하다 보니 온전한 심신 상태가 아니었던 것 같다. 결국 최악, 사단은 얼마 뒤 발생했다. 아이들이 난간에 기댄 채 살짝 침을 뱉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높은 곳에서 내리는 비로 표현했던 것이다. 이어 아이들에게 자제를 시켰지만 어린아이들이 바로 말을 듣겠는가. 이후 나는 '욱' 했다. 침에 대한 트라우마가 얼마나 있는지 침을 튀기는 것, 침을 맞는 것에 있어서 더 약간 병적인 때가 있었다. 침이 튀면 바로 손을 씻고 어깨에 묻으면 어깨까지 옷을 끌어올려 비누칠 후 물로 씻기까지 했다. 결국 이를 극복하긴 했으나 간혹 이런 경우에 나도 모르게 흥분하고 만다. 복층으로 빛의 속도로 올라간 나는 아이들을 나무라며 침대에 레슬링 하듯 내리꽂았다는 엄마의 진술이다. 아마 나는 극도의 흥분상태?



분위기는 험악해졌을 것이다. 조금만 참으면, 살짝 돌아서기만 하면 진정되었을 텐데 잘못된 아빠의 행동 하나로 분위기 좋았던 여행을 해빙기로 만들어 버렸다. 다행히 아이들은-아빠의 생각일 뿐- 크게 놀라지 않고 다시 욕조로 내려와 물놀이를 계속 이어갔다. 또 하나의 사건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방 안에 있는 월풀 욕조다 보니 조심하려야 해도 물은 바닥에 튀기 마련이다. 어쩌면 엄마가 일부러(?) 그 엄혹했던 분위기를 없애주려고 했던 상황 연출이었는지, 슬리퍼를 신고 있지 말아야 했었는데 슬리퍼를 신고 물이 떨어진 바닥을 걸어가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잘못했으면 허리까지 다칠 상황이었는데 하늘이 도우셨는지 아이들에게 웃음을 전하고 좀 전의 상황을 전환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아빠의 대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조심하지'가 아니라 '괜찮아?' 이 당시엔 이 단어를 그렇게 습관처럼 사용하지 못했다. 지금이야 양호해진 것이지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텐데 아빠인 나 또한 분위기 파악을 다시 한번 못 했던 것 같다. 다행히 파스를 붙이고 휴식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첫째 날의 밤.


엄마는 침을 튀게 했다고 아이들을 침대에 내팽개친 그날의 사건을 4~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한다. 나쁜 기억들은 오래간다고, 제발 더 이상의 악행을 저지르는 아빠가 아니고 싶다. 잘해도 모자랄 세상살이, 아빠로서의 긍정적인 훈육 태도가 언제 완성될까? 과거의 기억을 들춰내어 반성하는 자세. 같은 행동을 답습하지 않는 조금은 더 다정스러운 아빠이고 싶다. 나는 그때 정말 나쁜 아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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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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