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는 다르게 둘째와는 늘 사이가 좋지 않았다. 둘째가 태어나 줄곧 첫째와 함께 잠을 잤고, 둘째는 늘 엄마와 시간을 보냈다. 그만큼 둘째와 개별적인 데이트를 한 것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둘째도 '엄마가 최고'라고 이야기하며, '아빠는 싫어!'라고도 말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과거형이 되었지만. 그때 이유는 아빠가 자신을 형만 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내 맘도 그렇지만 어린아이에게 큰 아픔,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한 맘이 그지없던 시간이었다. 또한 조용한 첫째에 비해 둘째는 심술을 부리면 계속 울고, 고집을 부리면서 큰 소리로 외친다. 아빠인 나에게 어떠한 트라우마가 잠재되어 있는 것일까? 이런 둘째의 고성과 울부짖음에 나도 모르게 귀를 막거나, 자리를 피하기도 하고 결국엔 옛날 방식으로 다그치려 할 때 부부 싸움이 되기도 했다
3~4살 때는 그렇게 조용하고 착한 아이라 여겼는데 5~6세가 되어 본색을 드러낸 것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그때보다 덜 하다 여기지만 불현듯 예전의 고집을 부리거나 적극적인 행동을 거부할 때도 있다. 그나마 어린이집 교사인 엄마의 끊임없는 연구와 교육으로 아이 스스로 잘하기 힘들었던 것에 대해 용기를 내 도전도 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예전에는 거리 두기 했던 내게 '같이 놀아 달라' 는 이야기를 할 때면 미안하고 고마웠다. 물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을 경우 아이의 반응에 무뚝뚝한 말투로 거절을 하다 보면 다시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의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 또한 내게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한다. 자문한다. 왜 이리 소리와 지나침에 민감한지? 물론 음악이란 소리를 통해 치유되기도 했지만 주변 소음, 울음 등에 내가 월등히 민감하다는 걸 인정한다. 하루하루 노력이 발전의 가치를 더하는 중요한 시간이라 생각하며 좋은 아빠 되기에 매진한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본다. 저녁 근무 전 둘째가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했다. 빨리 가야 하나? 아니 그래도 20분의 여유가 있는데 놀아줘야 하나? 첫째는 나가기 싫다며 이를 거부한다. 그래서 내가 데리고 나가겠다고 승낙했다. 단, 아이가 놀이를 마치고 문 앞까지 데려다 주기는 하겠지만 직접 문 앞에서 인사만 하고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반응에 겁먹은 아이는 다시 거부했다. 그리고 나 또한 심술이 나 주차장으로 향했다. 모질지 못하게 뒤돌아 후회하는 것인지 나 또한 모든 게 미안해 아내에게 전화를 해 아이를 불러냈다. 아빠가 15분밖에 놀이터에서 못 놀아주니 이해하고 문 앞까지 데려다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하자 다시 알겠다고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라고 했다. 이 모든 것들이 둘째의 설움일까? 아빠의 무능한 대응은 것인가 늘 고민에 빠진다. 이래서 양육이 쉽지 않구나.
아마 남매 중 맡이로 자란 나는 그 깨달음이 덜한 것 같다. 전에 비해 그나마 공감 능력이 향상되었으나 아직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지금도 개선하려는 중이다. 앞에서 전한 내용을 이어간다.
아이와 놀이터에서 짧지만 15분 정도 미끄럼틀을 태워주고, 그네를 밀어주며 술래잡기까지 함께 해주니 신기하리만치 아이의 기분이 좋아졌다. 아내는 말한다. 아이가 거부해도 잘 어르고 달래 도전 정신을 심어줘야, 그것을 이겨내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나의 '욱' 하는 성향, 돌변하는 마음도 그렇게 조금씩 바꿔가고 치유해 가며 다정한 아빠로 거듭날 수 있다고 했다. 거짓말 같지만-그럴 수 있다-주변에서는 내가 정말 '너그럽고 다정하고 배려심 깊은 아빠'라고 생각한다. 난 그 말에 손사래를 치며 반대의 경우도 많다고 고백하며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늘 말한다. 정말 돌아서 후회하지 않는 사람, 가장, 아빠이고 싶다. 크면 클수록 아이들과 관계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남은 4~5년의 시간 조금이라도 더 친구 같은 아빠이고 싶고, 둘째 아이에게도 찐 좋은 아빠로 인정받는 날 기대해 봐도 될까? 한숨이 먼저 나지만 숨 호흡 크게 하고, 그때를 위해서 단순무식하게 무한 반복하는 게 답 같다.
김창옥 교수가 이야기했다. '연기라도 좋으니 아이들을 위해 다정하고 배려 넘치는 아빠가 돼보라' 라고...... 너무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지지만 그 못함마저 밟고 일어서는 아빠이고 싶다. 조금 엉뚱해도 재밌고, 즐거운 아빠 그런 아빠 늦지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