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잡도 벅차다
지금은 그 광풍이 좀 사그라들었지만 한동안 비트코인이다 주식이다 뭐다 해서 '재테크'열풍이 불었다. 회사에서도 모두 모이면 재테크 이야기였고, 눈을 뜨면 뉴스에서도 온통 주식과 비트코인 그리고 부동산 이야기뿐이었었다.
나는 아버지가 주식으로 호되게 당한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비트코인이니 주식이니 하는 것에 치를 떨었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혹' 해서 사내 주식 단톡방을 만들기도 하고, 재테크를 위한 경제 스터디도 하곤 했었다.
그럴만했다. 이렇게 다달이 일해서 버는 돈은 너무나 작은데 심지어 힘들기까지 하다. 매일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출퇴근과 사무실에서 일을 위하여 시간을 쏟는데, 그것으로 받는 돈은 그냥 작은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의식주'를 영유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이니....
그에 비해 재테크는 얼마나 쉬워 보이는가? 조금만 공부하면, 그리고 운이 좀 따른다면 보통 회사원들이 평생을 다녀서 벌 돈을 단 몇 년 정말 짧으면 몇 달 만에 도 벌 수 있다. 그것도 집에 앉아서 클릭 몇 번 하면서 벌 수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만으로는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것이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래서 재테크를 해야 하고, 재테크를 하지 않아서 가난한 것은 그 사람의 탓이 되는 것 같은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재테크로 돈 버는 것이 그렇게 흔하게 일어나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번다고해도 쉽게 버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많이 벌든 적게 벌 든 쉽든 적든 나는 그런 행위를 안 하고 싶다.
회사 다니면서 집안일하고 (그냥 기본적인 인간생활을 하기 위한 집안일이다.) 가족 간의 기본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도 벅차다. 원잡만으로도 충분히 벅찬데 내 삶에 '재테크'라는 또 다른 '할 일'을 추가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엄청난 취업난 속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그 회사에서 나의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왜 이곳을 통해 얻는 소득으로 나의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걸까? 나의 현재도, 가족과의 안녕도, 노후도 그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는다. 나뿐만이 아니라 정말 소수의 고액 연봉 직장인 빼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시스템이 잘못된 거 아닐까???
회사만 다녀도 잘 살고 싶다. 회사에서 일 열심히 하는 것 만으로 명품을 온몸에 휘두르지는 않아도, 겨울엔 따뜻한 패딩 코트 한 벌 정도 주저하지 않고 사고 싶고, 년에 한 번쯤은 국내여행이라도 부담 없이,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부모님의 생신 때 내 마음의 크기를 용돈으로 편히 표현할 수 있는 , 아이를 낳을 때에도 경제적인 고민보다는 이 아이게에 어떤 세상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원잡도 벅차다. 재테크는 안 해도 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