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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Oct 10. 2021

프로토콜 로스터스, 작업하기 좋은 카페 #2

공간기록

연희동에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 일반적인 카페와 다른 구성을 보고 궁금해져 방문하게 되었는데, 다른 카페와 차별화된 부분, 재미있다고 느낀 포인트를 중점적으로 리뷰해보려 한다.


작업실이자 결과물을 공유하는 공간

브랜드명은 '프로토콜 로스터스'이다. 프로토콜은 로스터스(바리스타)들의 작업실이자 결과물을 공유하는 공간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매일 마시는 커피에 대해 고민과 질문을 거듭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공동체이다. 브랜드 소개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커피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이들의 공간인만큼 일반적인 카페와 차별화된 점들이 있었는데,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하려 한다.


일률적인 좌석 배치, 오래 머물 수 있는 요소들

출입문에서 바라본 공간, 일률적으로 배치되어있는 4인 테이블

공간은 크게 [4인 좌석 / 1~2인 좌석 / 바리스타 바 / 로스터리 룸]으로 나뉜다. 출입문을 열고 공간에 들어가면 한 방향을 보고 배치되어있는 좌석들이 눈에 띈다.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하는 좌석 배치 (출처 : 파스쿠찌 사이트)

사람마다 카페를 방문하는 목적은 다르다. 맛있는 커피와 빵을 먹기 위해, 개인적인 시간을 위해, 누군가와 대화를 위해 방문하는 등 어찌 됐건 금액(음료, 베이커리 등)을 지불하고 자리를 대여하는 건 모든 카페가 동일하다. 이렇듯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카페를 방문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선 1인, 2인, 4인, 6인 등의 다양한 좌석 타입이 필요하다. 공간은 한정적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테이블 회전을 위한 좌석 배치는 필수인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좀 다르다. 좌석의 대다수가 4인 테이블이고, 창가 쪽 일부 좌석만이 1~2인을 위한 구성으로 되어있다. 또한 좌석 주변에 콘센트가 있는 경우 이용객들이 더 오랜 시간 공간에 머물 수 있어 일부 좌석에만 조성해 놓는데 이곳은 모든 좌석에서 콘센트를 볼 수 있다. 조금 느리더라도 좋은 커피를 제공한다는 브랜드의 맥락에 맞춰 단순히 수익만을 고려하지 않고, 고객들이 공간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요소들을 고민하고 적용해 놓은 듯하다.   


조명을 이용한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재미있는 점이 하나 더 있는데, 이곳은 천정에 조명이 없다. 대신 테이블을 비춰주는 스탠드 조명이 모든 좌석마다 배치되어 있다. 낮엔 창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의 자연광과 바리스타 테이블 주변의 국부 조명만 가지고 운영한다. 테이블에 앉았을 때 어둡다는 생각이 들면 스탠드 조명을 켜 스스로 조도를 컨트롤할 수 있다. 저녁에는 내부의 모든 스탠드 조명을 켠다. 낮의 경우(대략 14:00) 평균 조도가 80 lux정도였다. 스타벅스가 평균 150 lux인 것에 비하면 어두운 편이지만, 내가 작업하는 주변 환경만 빛을 집중시킴으로 인해서 작업하기에는 더더욱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의 톤 앤 무드, 러프한 소재 사용

철거만 진행한 벽, 천정
첫 번째 이미지_뒷벽은 도장 마감, 합판으로 창고 벽 조성 / 두, 세 번째 이미지_러프한 소재로 제작된 가구들

내부 마감은 굉장히 러프하다. 우선 벽과 천정은 철거를 진행했는데 별도의 마감은 하지 않았다. 바닥 또한 기존 도끼다시 바닥으로 되어있다. 바리스타 뒷 벽은 정돈된 이미지를 위해 흰색 도장으로 벽 마감을 진행한 듯 보이고, 직원 동선과 가까운 바리스타 바 쪽도 창고 조성을 위해 합판으로 벽을 세웠다. 가구는 재료 자체가 마감이 되는 우드, 금속 소재로 제작되었다. 전반적으로 러프한 베이스와 어울리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가구 자체가 러프하게 보이지 않도록 디테일을 고민하고 깔끔하게 제작했다. 러프한 베이스와 간결하게 제작된 가구가 대비되며 오히려 공간의 밸런스가 좋게 느껴지는 듯하다. 곳곳에 수납장과 수납 기능이 더해진 가구 디자인은 작업실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과정을 보여주는 바리스타 바

왼쪽 이미지_프로토콜 로스터스, 오른쪽 이미지_블루보틀 (출처:인터파크 투어)

바리스타 바는 좌석의 맞은편에 위치해있다. 작업대(?) 같은 바리스타 바에서 같은 옷을 입은 로스터스들이 진중한 모습으로 커피를 내린다. 느림을 자처하며 진지하게 본인의 작업물에 집중하는 모습이 일종의 퍼포먼스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블루보틀 브랜드가 떠올랐다. 


블루보틀도 이들과 유사한 브랜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하며 최상의 커피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스페셜티 브랜드 블루보틀. 이들은 매장을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브랜드를 경험하는 쇼룸으로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전문적으로 커피 한잔을 내놓는 과정을 일종의 퍼포먼스처럼 고객들에게 보여준다. 블루보틀의 바리스타 바는 다른 카페에 비해 낮게 제작해 고객들이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했으며, 바리스타의 동선을 최적화해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치밀하게 계획되어 '최상의 커피를 제공한다'는 브랜드의 철학을 매장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한 블루보틀의 모습과 왠지 모르게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실이자 결과물을 공유'한다는 브랜드 방향에 맞춰,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각자의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고민한 매력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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