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를 대하는 자세
한 번 물러진 오이는 그 부위를 빨리 도려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오이들도 쉽게 물러질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아직은 먹을 생각이 없었으므로 그냥 그렇게
물러진 오이를 발견하고도 냉장고에 처박아둔 채 방치했었다.
마치 당신에 대한 물러진 내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한쪽 구석으로 깊이 밀어두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그 깜빡한 오이를 발견한 나는
아까움에 아쉬움에 툴툴대곤 했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은
물러진 부위를 발견 즉시 도려냈어야 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