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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빵의 향기로 가득 찬 치앙마이, 나나정글

- 프랑스 부부가 치앙마이에 심는 작은 씨앗, 나나정글 -

by 마르코 루시

토요일 이른 아침, 치앙마이 북서쪽 교외의 공기는 아직 밤의 서늘함을 머금고 있다. 수텝 산기슭 대나무 숲 사이로 스며드는 첫 햇살이 이슬에 젖은 잎사귀들을 금빛으로 물들이며, 골목 끝의 흙길이 조용히 갈라지는 지점에서 길은 마치 오래전부터 여기에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숲 속으로 이어진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도심의 소음과 매연을 뒤로한 채, 고요한 농촌 마을의 정취를 드러낸다. 나나정글(Nana Jungle)로 향하는 좁은 길목에서는 아침 일찍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이 뒤엉켜 묘한 질서를 만들고 있었다. 크루아상과 갓 구운 빵 냄새가 아침 공기를 타고 흘러나오면서, 이곳이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무언가 본질적인 것이 숨 쉬는 공간임을 직감하게 만든다.


치앙마이 외곽의 이 작은 공간에서는 여전히 옛 란나문화의 융합 정신이 살아 숨 쉰다. 토요일마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작은 축제는 십여 년 전 프랑스 부부가 빵을 구우며 시작된 것으로, 마치 작은 씨앗이 대나무 숲에서 조용히 뿌리내리듯 성장했다. 처음에는 제빵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소박한 의도가, 시간과 애정이라는 양분을 받으며 점차 현지 주민들과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였다. 300여 개의 불교 사원이 산재한 치앙마이에서 자연 숭배와 정령 숭배의 요소들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이 작은 빵 가게 역시 서구의 제빵 기술과 동남아시아의 자연친화적 삶의 방식이 만나 각자의 생명들이 스스로의 방식으로 자라나는 자유로운 생태계를 창조해 낸다.


전형적인 재래시장의 모습과 달리, 나나정글은 시장이라기보다 숲 속 정원에 가까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크고 작은 좌판들이 마치 여름 캠프장을 연상시키는 소박함으로 놓여 있고, 그 사이사이로 이탈리아식 커피 가판대와 독일식 소시지 가판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어느 순간 한쪽 가게에서 커피콩 볶는 향이 퍼지고, 인근 도이창이나 도이앙캉에서 내려온 유기농 원두의 진한 냄새가 아침 공기를 채운다. 브리오슈의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며, 그 질감만으로도 프렌치토스트로의 변신을 간청하는 듯하다. 태국 북부의 전통적인 주말시장에서 기대할 법한 치앙마이 음식들보다, 여기서는 각국의 골목길에서나 만날 법한 다양한 가판대들이 주인공이다. 한쪽 가판대에서는 두툼한 소시지를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굽고 있었고, 바삭한 껍질 아래 고소하고 짭짤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태국 북부의 대나무 숲 속에서 이런 정통 독일식 소시지를 맛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나나정글 입구 바로 앞에서는 진심을 담아 정성껏 핫카카오 한 잔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주인장의 차림새와 퍼포먼스에는 시장 전체의 온기가 실려 있었다. 입 안에 퍼지는 진한 풍미의 카카오 덕분에 나나정글의 풍광이 더 따뜻하게 다가왔다.


토요일 아침의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특별한 평온함과 만족감이 읽힌다. 맛보기 타이 밀크티를 나눠주는 소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 눈동자에 나무가 비치고 웃음에는 햇살이 스며든다. 곳곳의 상인들은 대부분 현지 예술가, 소규모 농부, 혹은 자급자족의 철학을 실천하는 이들로, 그들이 내놓은 물건들은 상업적 기교보다 시간과 애정을 담고 있어 손에서 손으로 건네질 때마다 '살아 있음'이 전해진다. 도시의 바쁜 일상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여유로움이 이곳의 공기를 지배하고, 시장 한쪽에 마련된 작은 공연 무대에서는 누구나 연주할 수 있고 누구나 박수를 보낸다. 음악은 악보보다 순간을 중시하고, 말은 문법보다 공감을 선택한다. 갓 구운 빵을 손에 들고 푸른 잔디 위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생겨난다.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속도를 늦추고 현재 순간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나나정글에서의 토요일 아침은 여행이 단순히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과정임을 일깨워준다. 어느덧 시장이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오고 상자들이 하나둘 덮이며 사람들은 천천히 자리를 정리하지만, 이곳을 떠나는 발걸음마다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감정이 담긴다. 그건 단순한 주말 시장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삶에 대한 그리움이다. 프랑스의 제빵 기술과 태국 북부의 자연친화적 생활방식,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이 만나 탄생한 이 작은 공간은, 현대 사회에서 가능한 공존의 모델을 제시한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빵을 사고 커피를 마시는 것 이상의 경험을 한다.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진정한 소통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리고 그러한 소통이 얼마나 풍요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나나정글의 토요일 아침은 여행의 본질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경험들을 통해 사람을 다시 사람답게 만드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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