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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슬 스커트 Aug 17. 2021

함께 걷기

때로는 어떠한 말보다 더 큰 위안이다.


걷는다.

걷기는 참 멋진 일이다.

걸어가며 볼 수 있는 길 위의 풍경, 사람들. 

걷는 동안 느껴지는 그날의 날씨와 바람, 계절의 냄새. 

내 걸음과 호흡에 맞춰 떠오르고 사라지는 생각들.


당신은 '걷기'하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는가?

나는 두 가지 생각이 난다.


하나는 귀갓길이다.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 늦가을이라 은행과 단풍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으로 길이 모조리 덮여있었다. 언뜻 보면 별 모양처럼 생긴 나뭇잎들을 밟을 때 그때 그 늦가을 풍경과 저녁의 냄새.

나뭇잎들을 밟으면서 하늘의 별을 밟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머지 하나는 10년 전 상해 출장에서 걸었던 기억이다. 일을 마치고 딱히 할 게 없었던 나는 저녁마다 식사를 하고 호텔 주변을 걸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상해의 길들을 걸었다. 지금은 다른 나라에서 걷는 일이 참 어려워졌기 때문에 더더욱 그때 생각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두 가지 걷기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늘 혼자였다는 것이다.

늦가을 풍경을 함께 감상하며 함께 별 같은 낙엽을 밟아준 누군가가 옆에 있었더라면, 

낯선 나라 낯선 길을 걸을 때 혼자가 아니라 동행이 있었더라면..

걸어갔던 그 길과 걷기의 기억이 덜 쓸쓸하고 더 풍요로웠을 것 같다.



함께 걷는다


함께 걷는 것은 사랑이다.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행복이다.


괴로운 일이 있을 때 말없이 걸으면 생각이 정리되고 머리가 맑아진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겨나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


함께 걷는다는 것에는 때로 어떠한 말보다 더 큰 위안의 힘이 있다.



아이와 함께 걸었던 일본 벳부의 작은 공원에서..




내가 가끔 듣는 '쿨'의 노래 중에 '산책'이라는 노래가 있다.

듣다 보면 언제나 귀에 들어오는 가사가 있다.


'오늘도 이 어두운 거리를 어제처럼 함께 걷는 일 밖에 못해'라는 가사.


때로는 누군가에게 어떠한 도움으로 큰 힘이 되어주고 싶고, 든든한 말 한마디로 시련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싶다.

그러나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함께 걸어주는 그 시간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나의 문제가 아닌 이상, 어떠한 방식으로든 상대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줄 수는 없다.

아니 어쩌면 다른 사람이 개입하지 말아야 할, 스스로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인생의 숙제를 모든 사람이 안고 있다. 


철저하게 제삼자의 입장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할 때, 내가 그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 중 커다란 한 가지 사랑의 표현이 함께 걷기 같다.






산책 

                                         쿨


언제든지 따스한 니 손이 난 좋아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그미 소가 난 좋아

많은걸 못해줘서 넌 미안하단 말 해도

너를 만나고 세상은 다 천국이 됐는걸

조금 더 한 번 더 뭔가 주고 싶은 내 맘 달리

오늘도 이 어두운 거릴 어제처럼 함께 걷는 일 밖에 못해

말로는 다 못해 나의 사랑이 어떤 건지

가볍게 말로만 앞선 사랑보다 너의 영원한 마음을 원해

우리 곁을 스치는 저 많은 사람들

어디선가 부드러운 음악소리 들려와

이 순간 바로 네가 내 곁에 있어서 좋아

너만 있다면 언제든 내 마음은 부자야

조금 더 한번 더 뭔가 주고 싶은 내 맘 달리

오늘도 이 어두운 거릴 어제처럼 함께 걷는 일 밖에 못해

말로는 다 못해 나의 사랑이 어떤 건지

가볍게 말로만 앞선 사랑보다 너의 영원한 마음을 원해

쓸쓸한 밤공기 따스함이 느껴지고

까만 하늘 별빛들은 쏟아져 내리고 있어

함께한 이 길이 오늘따라 아름답고 지켜봐 우리의 행복을

마음이 예쁜 너 내가 사랑하는 이유인 걸

가난한 내 인생 속에서 무엇보다 너는 최고의 행운이야

사랑해 감사해 항상 내 맘에 쌓인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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