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니엘과 하비에르가 바르셀로나로 돌아간다. 우리는 크루아상과 커피로 늦은 아침을 마치고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나는 11세기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였던 부르고스를 마저 구경하기 위해 하루 더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제이미, 오늘 뭐 할 거야?”
“글쎄, 아직 생각 안 해봤어.”
“그럼, 우리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갈래?”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 우리는 장난을 치며 걸었다. 시간이 조금 남아 간이 테이블에 앉았다. 다니엘은 종이쪽지에 뭔가를 부지런히 적고 있었다.
“뭐 쓰는 중이야, 다니엘?”
“바르셀로나 가면 할 일들.”
"하비에르는 나에게 할 말 없어?"
“음, 만나서 반갑고.."
“아, 그건 처음 봤을 때 한 말이잖아”
“영어로 말하는 건 어려워”
"그럼 스페인어로 해, 내가 나중에 스페인어 공부할게"
다니엘이 쓰던 쪽지를 주머니에 넣으며 말한다
"제이미, 지금 비디오 찍는 거야? 하비에르 피부 장난 아니다. 영상 잘 나왔는데."
"하비에르, 나중에 내가 집 지을 때 건축 맡기면 디스카운트해 주는 거야?" 내가 묻자 하비에르가 특유의 착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럼 당연하지"
"다니엘, 너도 한 마디해"
다니엘은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건네며 말했다
"음, 네가 걷는 걸음마다 하늘도 보고 볼에 스쳐가는 산들바람도 느끼고 발목도 빨리 낫고. 나중에 산티아고 도착하면 꼭 전화해"
버스가 도착했다. 다니엘과 하비에르가 나를 꼭 안아주었다. 우리는 담담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 일부러 버스를 타는 그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
알베르게에서 줄을 기다리며 다니엘이 준 쪽지를 읽었다.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마음 한 구석에 몰려든다. 스페인의 어두운 도시의 골목길과 산자락, 끝없이 펼쳐지는 밀밭과 포도밭, 색색의 하늘빛 속에서 우리는 사회인의 페르소나를 벗고 조금은 자유로웠다.
새벽의 트래킹 이후에 걷는 아침 식사에 마냥 행복했고, 유선 이어폰을 나누어 음악을 들으며 발걸음을 맞추어 걸었다. 오랜만에 알 수 없는 설렘으로 가득했던 그 새벽과 저녁의 길들이 벌써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