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물리학부터 경제학까지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는 동물들을 소개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동물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다양해서,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분야를 탐구하며 중요한 일들을 하는 동물들이 있다.
무스 - 계리학
캐나다에 사는 무스는 어느 날 도로 위에 세워진, 자신을 닮은 표지판을 바라보다가 그것이 로드킬을 막기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제야, 왜 자신의 가족들이 하나둘 사라졌는지, 왜 자신이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는지 이해하게 된다. 무스는 인간의 책을 읽으며 ‘보험’이라는 개념에 관심을 갖게 되고, 동물들을 위한 보험을 만들기 위해 계산하는 학문인 계리학을 공부하게 된다. 무스의 기여로 동물들 사이에 상해보험이 하나둘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동물들도 있다. 차에 치이고도 벌떡 일어나 달아나는 동물들이 종종 있는데, 보험이 없는 동물이라고 보면 된다.
리트리버 - 금융공학
리트리버는 청각 장애 안내견 자격증부터 시각 장애 안내견 자격증까지 섭렵할 정도로 무척이나 영리한 동물이다. 하지만 리트리버의 진짜 관심사는 따로 있다. 바로 재테크다. 오랜 시간 가난한 시각장애인 주인과 함께해 온 리트리버는, 틈날 때마다 금융공학 책을 물어오며 언젠가 자신만의 헤지펀드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혹시 길에서 잘 차려입은 당신에게 갑자기 “멍!” 하고 짖는 리트리버를 만난다면 놀라지 말자. 그건, ‘내 주인에게 너보다 더 멋진 옷을 입히고 말 거야!’ 라고 외치는 것이다.
레오파드게코 - 게임학
인간에게서 배양되어 혼자 자란 '레게'1)는 오랫동안 자신이 공룡이라고 믿었다. '레게'는 빨리 나가서 세상을 호령해야겠다는 생각에 가출을 감행했지만, 채 100미터도 가지 못한 지점에서 야생에는 자신의 배를 따뜻하게 할 전기장판도, 주인이 챙겨주는 애벌레 간식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레게는 스스로에 대해 크게 실망하며 가출 하루만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세상 어떤 동물에게나 특별한 재능은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프로그래머 주인의 컴퓨터 옆 사육장에서 자란 레게는, 동물 세계에서 유일하게 컴퓨터 게임을 잘 하고, 심지어 잘 만들 줄도 안다.
1) 레게의 실명은 '마루'이다. 그래서 모든 동물들은 레게를 레게라고 부르지 않고 마루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