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
황제는 잠시 호랑이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없다는 걸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나는 단지 그 ‘불멸’이라는 말을 이용했을 뿐이야. 사람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그 마음을 묶기 위한 구호로 말이다. 진정한 불멸은 제국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질서의 기억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지.”
진시황의 말에 호랑이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진시황이 ‘불멸’을 찾지 못했다는 말에 실망이 밀려온 것이다. 그런 호랑이의 모습을 본 황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것이 너와 나, 그리고 세상에 질서를 세우도록 허락받은 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
그렇게 말한 황제는 호랑이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제 보니 너는 어떤 제국을 만들어야 되는지 그 길에 대한 답을 찾고 있구나. 내가 이 자리에서 답을 말해주지. 어차피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면, 나약한 선택으로 혼돈을 부른 자로 남지 말고, 나처럼 강력한 질서를 세워 세상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라. 그리하여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라도 영원히 존재하는 길을 택하거라.”
사실 진시황이 말한 내용은 호랑이도 이미 대부분 동의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은강의 몽환적이면서도 침울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호랑이는 처음으로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던 진시황의 길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자연이 따라야 할 길은, 인간이 걷는 길과는 달라야 한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 잿빛의 세계, 인간이 만든 이 질서 말고, 그보다 더 나은 세계를 세울 방법이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뒤엉켜 있던 그때, 호랑이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시황의 모습은 사라졌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가 데리고 온 동물들은 모두 기절해 있었다. 눈앞에는 오직 수은의 강만이 출렁이고 있었다.